지난 설에 정말 엄청나게 눈이 내린 것을 보고 간 아들내미가
늙은 아버지 눈치우기 힘드시겠다고 브로워 하나 사서 보냈다.
크고 무거워서 그야말로 채비차리다 신주 개물려가는 형국이 되기 십상이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래도 남편이 설명서를 보고 잘 조립해서
마침 오늘 종일 눈이 내리니 시험가동을 했다.
용량이 크니 성능은 좋은데 당연히 기름 소모가 엄청나더라.
눈보라를 일으키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씩씩하다.
좀 작고 가벼우며 성능이 좋았으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어디 산좋고 물좋고 게다가 정자까지 좋은 그런....욕심이겠지.
종일 눈이 오는 바람에 두번이나 눈을 치웠다.
내일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내가 안달을 내니 애써 눈을 치운 것.
그래도 내 차로는 무리여서 남편에게 부탁해서 함께 나가야 될 듯,
날씨가 추우니 고드름도 아주 입체적으로 두 줄.
지난번 눈이 녹으며 열린 고드름에 새로 지붕끝으로 고드름이 열리고 있다.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며 눈에 갇혀 있어도 낭만적이지만
사람살이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아서 어제 용케 바깥일을 보고
마을 회관에도 들러 대보름에 쓸 묵나물도 가져다 놓고 그러기를 아주 잘했다 싶다.
내일은 유구 장이기도 하고 열 나흩날 오곡밥과 저녁에는 서낭제를 지내야 해서
미리 장을 보려고 한다.
지난해에는 임박해서 가니 잡곡도 떨어지고 아주 애를 먹었다.
올해는 미리 챙겨 보려 하는데 눈이...
게다가 입춘추위까지 아주 누질러 앉아 애를 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