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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눈, 눈, 눈,

by 풀 한 포기 2025. 1. 29.

 

내리 삼일을 내리던 눈,

오늘 겨우 진정국면에 접어 들기는 했지만 어쨋든 나는 눈에 갇혔다.

이 골짜기에 터를 잡은 후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처음이다.

밖에 나간 미레가 눈에 파묻혀 겨우 몸통만 보인다.

 

그저 바라다 보기만 하면 더없이 낭만적인 풍경이지만

이 습한 눈에 산에 있는 소나무는 여러 그루 쓰러지고 길은 막혔다.

마을에서 트랙터로 한번 밀며 올라 오고 아들과 남편이 넉가래로 여러번 밀기는 했어도

엊저녁 밤새 내린 눈에 길은 또 통행불가.

 

 

장독대에 쌓인 눈

어제와 오늘

40cm이상 내린듯...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이들은 돌아 가야 하고,

날이 밝기가 무섭게 남편은 길을 트러 나가 겨우 자동차 바퀴 지나갈 자리 하나

표시하듯 눈을 밀고 그사이 아들은 차에 시동을 켜고 대~충 눈을 털어 냈다.

서둘러 떡국 한그릇씩 멕여 세배 받고 얼른 가라 등을 밀어 보냈다.

우선 우리집에서 산길만 내려 가면 어찌 어찌 가볼만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길막히면 더 어렵지 싶어 그리했는데,

탁월한 선택.

아들 차가 4륜이어서 엉금엉금 그래도 내려가 고속도로에 드니 길은 어지간 했단다.

서두른 덕분에 밀리지 않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기온은 내려 가고  언뜻언뜻 햇살도 나는 그런 날이다.

온통 무채색의 눈 세상.

 

 

어제 부친 녹두전.

그냥 담백하게 김치와 쪽파만 넣고 지졌다.

아이들 가는 편에 너댓장씩 싸서 보내고 나도 몇장 남겨 놓았다.

녹두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난하니 쉽게 할 음식은 아니다. ㅎ

명절 핑계로 한번 해보는 번거로운 음식이다.

 

3박 4일 매끼니 다르게 해서 가족들 먹이느라 나는 나름 바빴다

눈길에 동생네 가족도 못오고 우리끼리 단촐하게 보냈지만 그래도 일은 많다.

혹 늦게 도착하면 먹으라고 김밥도 싸서 넣어 주고

만두에 떡국떡에 곰탕국물까지 남은 연휴 먹고 지내라고 챙겨 보냈다.

나물비빔밥을 좋아하는 아들은 가서 한번 먹을만큼 따로 담아 보내기도 했다

눈에 갇힌 핑계도 있고

나는 당분간 마련해둔 나물로 비빔밥을 해먹어도 되고 

곰처럼 뒹굴면서 지내도 좋은 날이다

 

이제는 자식도 손님이어서 올 때 반가웠지만 가고 나니 은근 홀가분하다

그야말로 만만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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