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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시치미

by 풀 한 포기 2025. 2. 2.

 

엊그제까지만해도 온통 눈나라였던 우리집.

 

고라니 발자욱도 없는 그저 눈밭,

저 밑에 마늘이며 쪽파 시금치등등 겨울을 나야되는 것들이 파묻혀 있다는...

 

 

마을에서 트랙터로 이 골짜기까지 눈을 치워주러 올라 왔었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 큰 맘을 먹어야 되는 일인데...

참 고마운 일이다.

설 전날과 이번 두차례나 온마을 눈을 다 치웠으니 그 수고가 엄청났겠다.

 

 

이번 눈에도 이렇게 소나무들이 여러 그루 쓰러졌다.

 

눈무게가 감당이 안되니...

 

어제 하루 날이 따스하고 오늘은 햇살까지 퍼지니 

눈무게에 본래의 모습이 완전 뭉그러졌던 측백이 반쯤 일어섰다.

봄이 되어 새잎이 돋아나고 힘이 실려야 본래의 모양이 되지 싶다.

 

 

언제 눈이 왔었냐고..

마당의 눈도 하루 햇살에 흔적도 없이 다 녹았다.

 

 

쪼까차우.장.춘배씨도 아주 편안한 모습.

눈쌓인 집에서 이불도 거부하고 독야청청하는 모습이 내내 안타까웠는데

햇살 따스한 곳에 나와 있는 모습에 안심이 된다.

 

 

그 험난했던 눈보라의 그날은 기억에도 없던 것처럼.

시치미를 뚝 뗀 청명한 하늘.

 

눈덕분에 요며칠 동안거에 든 것처럼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아주 고요히 보냈다.

본시 여럿이도 잘놀지만 혼자서는 더 잘노는 성격인데 내뜻과 상관없이

평소에는 번거로운 일이 많았던 탓에 이 한가로움이 얼마나 귀한시간인지 모르겠다.

 

삼시 세끼 남편과 밥상을 차리고,

밀쳐 두었던 바느질도 하고,

한가로움을 즐기는 이런 내 마음과 닮은 시집도 읽어 보고,

 

다시 일상의 번거로움에 맞딱드릴 마음 준비를 단단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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