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태어나 자라고 있는 녀석들이다.
다른 녀석들과 같이 이름은 지어 주지 않았다.
왼쪽의 뱅갈고양이는 랑이 새끼인데
얘의 형제 두 마리는 지난 여름에 친구네로 입양 보냈다.
잘 자라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혹시 불편할까 봐 안부는 묻지 않고 있다.
고양이와의 인연도 15년쯤 되어 가지 않나 싶다.
남편이 먼저 시골에 내려 온 후 `달님이``별님이`라는 두 마리의 고양이 부터
`콩이와 보리` 그리고 지금 있는 `랑이`까지
집 근처에서 상주하며 살고 있는 애들도 있고
진짜 밥 먹을 때만 나타나는 애들과 사 나흘에 한번씩 오는 애까지
요즘은 열 일곱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처음에는 살뜰하게 보살펴 주려 애썼고
집안으로 들어 오게 하기도 했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종당에는 이름도 지어 주지 않게 되었다.
얘네들 습성이 좀 시크한 게 매력이라고는 해도
어느날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하고 야생이다 보니 예기치 않은 사고나 병으로
일찍 떠나기도 해서 나도 그들과 같이 좀 거리를 두고 보살피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어느 날 안보이면 갔구나...그냥 그렇게 무심히 받아 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는 얘는 랑이의 새끼인데
유일하게 집안에 까지 무시로 드나 드는 아이다.
안에 들어 오면 미레밥도 뺏어 먹고 졸라서 간식도 얻어 먹고 좋은 일이 생긴다는 학습이 된 듯.
지금 있는 아이들 중에 유일하게 이름을 갖고 있는 랑이.
이 아이는 다른 고양이들과 그닥 어울리지 않고 대부분 혼자서 다니는데
요즘은 하루 이틀씩 어디를 갔다 오는지 안나타나기도 해서 아주 마음이 쓰인다
다 큰 제 새끼를 살뜰하게 살펴주기도 하면서도
혼자서 어디를 쏘댕기다 오는지 어느날은 비에 젖어 나타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그 행적이 궁금하지만 굳이 알려 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다.
내가 아무리 이뻐해도 어느날 슬그머니 사라지는 수도 있으니 ...
말못하는 이 고양이들이 나에게 온통 기대고 살고 있으니
돌보는 책무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그래봐야 하루에 두 번 사료를 주는 일과 깨끗한 물을 챙겨 주는 것.
그리고 더러 도움이 필요한 애들이 내 손에 잡히면 약도 멕이고 그러지만
영 손에 안잡히는 애들은 도와 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사랑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거늘
하물며 고양이하고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나의 시골살이에 뭔가 얘깃거리를 만들어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