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를 베었다.
진즉부터 베자고 남편을 독려했지만 베면서 깨가 쏟아질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할 수 없이 내가 낫을 들고 나서서 1/3 은 베었다는,
남편은 알아서 할 거라고 늘 말을 하지만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수행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기다리다 못해 거의 복장이 터질 지경에 이르러서야...ㅎㅎ
이런 내 속을 위로하듯 간간히 피어 있는 수국.
그래 내가 너희를 보며 누리에 가득한 근심을 잊노니...
호박을 심었던 밭인데
그간에 고라니들이 호박순과 애호박을 열심히 따먹어서
호박 덩굴이 자랄 틈을 안주니 풀만 무성했던 곳을
남편이 풀을 예초기로 베고 대~충 걷어 내고 로터리를 쳐놓았다.
내가 유채씨라도 뿌리겠다고 밭을 갈아 달라고 성화를 부렸더니...
하자고 들면 이렇게 일을 하기는 하는데 왜 선선하게 정말 알아서 안하는지
도무지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ㅎㅎ
소국이 피려고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다.
예년보다 좀 늦은 감이 있다.
더운 여름이 길어 국화에게는 참 고역이었을 터.
서리 내리기 전에 모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남편이 뿌렸던 제초제의 횡액에서 살짝 비켜난 천일홍들.
어쨋든 씨앗을 밑지는 일은 면한듯한데 너무 늦어 씨앗이 여물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다.
이번 비에 쓰러진 아스타를 끝물이지만 며칠이라도 꼿꼿하게 서서 있으라고
지지대를 박고 묶어 놓았다.
만지다 꺽인 줄기는 안에 들여 꽃병에 꽂아 놓았다.
루드베키아.
애면글면하던 김장채소들
무도 제법 굵어지고 있어서 아쉬운대로 며칠만 지나면 뽑아 먹어도 되게 생겼다.
연한 잎줄기와 함께 깍뚜기를 조금 담아 볼까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제 때 심어 자란 것은 이렇게 잎을 오므려 속이 찰 준비를 하고 있고
뒤늣게 땜빵한 것은 겨우 요만큼.
어쩌면 속이 덜 찬 이 배추가 맛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앞으로 한 달은 지나야 김장을 할테니...
쪽파도 잘자라고 있다.
일찍 심으면 김장때 누렁잎이 지고 좋을게 없어서 천천히 심는다 했는데도
조금 웃자라지 싶다.
오늘도 남편이 밭을 갈고 있는데 혼자 쉬는게 미안해서
코끼리마늘도 심고 내년 봄에 먹기도 하고 종자로 쓸 쪽파도 심고 그랬다.
종자용쪽파는 마늘과 함께 심어도 되는데
코끼리마늘을 심고 밭이 남아서 그 옆으로 쭈욱 심었다.
마을 형님들 두 분이 쪽파종자를 주셔서 넉넉하니 여기 저기 잘 심고 있다.
뭐든지 없다고 광고만 하면 여기 저기서 주셔서 고맙게 잘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