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 나오는 맨바닥에 길게 드러 누웠다.
집안에서 주로 있으니 미끄러울까봐 발바닥에 난 털만 비리깡으로 다듬어 주었다.
시골개가 어울리지 않게 발톱이 길어서 조금씩 깍아 주고 있다.
여차해서 조금 더 깍으면 피가...
왜 쓸데없이 발톱에까지 혈관이 뻗쳐 있나 모르겠다.
오뉴월 개팔자가 상팔자라고는 하나 털옷을 입고 있으니 그 더위는 사람 보다 더 하겠다.
말로만 듣던 납작복숭아를 실물 영접했다
각종 신기한 것들을 다 심어 가꾸는 영란씨네서 이 귀한 것을 보내 왔다.
이른 아침 영란씨 부군께서 부러 이 골짜기까지 가져다 주신 것.
덕분에 마침 와 있던 아들내미도 먹어 보고
나중에 여행에서 돌아 온 남편과 친구들 접대에도 내 놓고 아주 자알 먹고
아직 몇 개는 내 몫이다 하고 남겨 두었다.
절로 난 마편초를 모아서 옮겨 심어 놓았더니
밭하나 가득 보랏빛 꽃물결.
어리고 션찮은 것들을 심어서 잘 자라려나 했는데 이 더위에 절정이다.
나중된 것이 먼저 되고...ㅎ
이 열무.
빨리 뽑아 김치를 담아야 될텐데 도무지 엄두가 안난다.
시작하면 금방이겠지만 그 시작할 마음이 안생겨 눈치만 보고 있다.
벌레가 더 먹기 전에 수습을 해야 할텐데 왜이리 꾀가 나는지...
부추밭과 산마늘밭 이라고 믿고 있는
온통 풀밭을 해결 봤다.
그 이전의 사진은 상상에 맡기고...
어쨋든 풀을 몽땅 뽑아 내니 그냥 맨땅 같다.
저 멀리 백년초도 보이기는 하지만 뭐가 살아 남아 있으려나 알 수가 없다.
우리 토종 다래가 열렸다.
부러 심은 것인데 올해 처음 열매가 열린 것.
이곳에 살며 그저 별 생각없이 욕심으로 심은 것들이
나중에는 후회막급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다래도 어째 조짐이...
그 덩굴이 엄청나서 내년 봄부터는 다래순을 나물로 잘라 먹어도 될 정도.
이곳에서 심었다가 후회하는 것중에 으뜸이 꾸지뽕나무.
도대체 뿌리가 어디까지 뻗는지 그 뿌리 가는 곳마다 새끼 뽕나무가 나와서
급기야 나무를 베어 내고 틈틈이 올라 오는 것들을 캐내고 있는 중.
어디 외진 산 속에서나 제 멋대로 자랄 물건이더라고...
그리고 주변에 천지빠까리로 많은 으름.
그것을 우물가에 올렸다가 결국 퇴출 시켰다.
아직도 그 뒷수습을 하고 있는 중.
지나치게 생명력/번식력이 강한 애들은 집 근처에 심는 게 아니라는...
소나기라도 한 줄기 지나가기를 바라는 아주 땡볕의 한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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