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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밥상

여름 반찬

by 풀 한 포기 2024. 7. 23.

 

무성한 고구마 덩굴에서 좀 이르다 싶어도 줄기를 잘라
손톱밑이 까맣게 되도록 껍질을 벗기고
엊그제 영란씨가 가져 온 그린빈스를 건새우를 넣고 볶았다.
 

 

그린빈스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데쳐낸 다음 찬물로 헹궈 놓고
조금 크기가 있는 붉은 건새우를 마른 팬에 잠깐 말리듯 볶다가
기름과 마늘 다진 것을 넣고 볶으면서 그린빈스를 넣고 
진간장 한 술과 굴소스로 간을 했다.
가끔은 중화풍으로 돼지고기와 볶기도 하고
스테이크의 가니쉬로 쓰기도 하지만 요즘 여름 반찬으로는 건새우에 볶는 것이
내 입맛에는 맞는다.
 

 

고구마줄기는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면 손에 물도 안들고 잘 벗겨지는데
이번에는 그냥 생으로 꺽어 가며 벗겼더니 손끝이 볼만해 졌다.
적당한 길이로 잘라 마늘과 파를 넣고 볶으며 집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거의 익었다 싶을 때 들깻가루를 넣어 마무리를 했다.
밭에 한가득 고구마 줄기야 많지만 손이 많이 가는 아주 고급한 음식이라서
그렇게 자주 해먹기는 힘들다는 ㅎ
 
오이소박이,오이장아찌무침,노각오이무침,
밥상에 오이오이오이 가지 호박 요즘 그렇게 먹게 되는데 
여기에 여름 반찬 두 가지 추가가 되었다.
 
 
오늘은 남편이 냉면을 사주겠다고 해서 마침 우리집에 오신 사부님을 모시고
신창에 있는 고기박사 냉면집으로 이른 저녁으로 고기도 추가하고 물만두도 시켜 
엄청 푸지게 자알 먹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집에 돌아 와서 보니 내 전화기가 행방불명.
남편이 사준다 하니 나는 달랑 전화기 한개만 손에 들고 나갔다가
중간에 차를 세워 놓고 사부님차로 옮겨 타고 갔다가 다시 우리차로 옮겨 타는 
과정에서 떨어 뜨렸던 모양.
전화기를 이렇게 잃어 버려 본 경험이 없어 순간 당황스러웠는데
생각을 되짚어 가며 잃어 버렸을 만한 곳을 체크해 봐도 식당도 아니고 사부님 차도 아니고
맨 나중에 탄 우리 남편차에도 없고...
그러다가 차를 옮겨 타며 떨구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부님이
그 자리에 가보신다 하시는 중에 내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생각한 바로 그 자리에서 떨어져 비를 맞고 있는 전화기를 주웠다고...
금방 그 자리에 도착한 사부님이 전화기를 받고 보니 사부님 동네 입구이니 아는 분이더라고,
다행히 금방 찾기는 했지만 순간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생각 보다 그 전화기에 엄청 많은 게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다.
 
그나 저나 우리 사부님은 저녁 한 끼 대접 받고 그 값을 엄청 비싸게 치루신 셈.
전화기 찾아 우리집까지 가져다 주시고
감사의 뜻으로 전화기 찾아 주신분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까지 배달하셨으니,
 
남편이 날보고 이제 부터는 전화기 목에 걸고 다니라고...
작은 가방에라도 넣어 다니다가 손에 전화기만 달랑 들고 나간 게 불찰.
그리고 나도 이제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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