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이 출간 되었다고 내게 선물로 보내준 이가 있다..
얼마나 오랜 산고 끝에 나온 귀한 시집일까 싶어
한 숨에 다 읽어 치우는 짓은 못하겠더라.
대부분의 첫 시집은 어딘가 허술하고 조금은 서툰 몸짓이 감지 되기도 하는데
이 시집에서는 퍽이나 안정적이며 대단한 내공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니의 시의 원천은 하마 그리움이 아닐까 넌즈시 헤아려 본다.
주변의 일상,사물에서 시적인 영감을 얻어 올올이 펼쳐 놓는 시들은
어느 한 편도 가볍지가 않았다.
특히나 혈육과의 이별을 승화 시킨 그 시어들은 깊이 깊이 동질감을 느껴
눈물이 차오르기까지...
시를 읽으며 눈물이라니 스스로 깜짝 놀랬다.
바르도 Bardo,오롯한 나만의
이도화
가난한 시인의 누옥 안에
또 하나의 둥지를 튼다
이명처럼 들리던
문밖의 소음이 툭, 끊어지면
이내 찾아드는 자발적 고립
소풍인가,도피인가
헤아리지 않아도 고만고만한 거리
짓눌린 심장도, 들쑤시던 편두통도 버려두고
가만,고요를 끌어 덮고 노루잠에 든다
빈 들녘 저 끝에서 쏟아지는 빛줄기
그 빛을 따라 막내가 걸어간다,터벅터벅 걸어간다
반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숨 막히는 적막 저 너머
여기는 이승과 훗승 사이 그 어디인가?
소풍도 도피도 아닌
다시 둥실 떠오른 누옥
마른 빵 같은 현실과 마주하고
끈적한 잼을 바른 나이프를 바투 쥐고
팽팽한 끈이 되지 못한 채
여태 또 이렇게
살아간다,살아낸다
지난 해 책을 대부분 정리하고
얼마 남지 않은 책마저도 별채 작업실로 자리를 옮겼지만
시집 몇 권만큼은 내가 늘 앉는 책상 책꽂이에 두었었는데...
이도화 시인의 `명자꽃 전상서`도 가까이에 두었다가 자주 손길을 내밀고 싶어
그 가운데 슬며시 끼워 넣었다.
그리고 특별히 김경호님의 해설은
내가 이제 까지 보아 온 모든 시집의 해설 중 으뜸이었다.
시 한 편 한편 얼마나 꼽씹어 보고 또 보며
시인을 이해하며 단어 하나 하나 골라 썼을지..
괜히 내 시집도 아니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도 해솔 이도화님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조심스럽게 빌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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