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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좋아하는 것

덥지만 시원 하라고...

by 풀 한 포기 2022. 8. 7.

더위에 지쳐 가며 방사선 치료 받고
게다가 그 후유증으로 방사성 폐렴까지 와서 며칠째 정신없이 지내던 나에게
내가 삼베 이불 하나 선물했다.


언제 무슨 사연으로 생겼는지 기억에도 없는데
내게 뜬금없이 삼베 한필이 있더라는...ㅎ
생각 날때마다 조금씩 잘라서 찜솥에 까는 보자기도 만들고 그러면서도
딱히 다른 용처가 생각이 안났는데
갑자기 저 것으로 여름 이불을 만들어 볼까 생각이 미쳐 대~충 어림으로 잘라
드르륵 재봉질을 해서 딱 1인용으로 만들었다.

나 혼자 덮으니 딱이다 그러면서 지내다가
아무래도 얘가 아무리 고와도 삼베는 삼베이고 색도 좀 누렇고...
덮고 자다 보면 가볍고 작아서 앞인지 뒤인지 겉인지 안인지 잘 뒤집어도 지고,

그거 구분 용도 내지는 삼베가 주는 느낌에서 조금 벗어나게 수를 하나 놓아볼까..?
그렇지만 이 더위에 몸도 션찮으면서
수는 아무리 작아도 노동집약적인 일이라서 잘 시작하기 어려운데,
그러면서 망설이다가 어느날 몸도 우선해지고 어차피 더워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니
작정하고 수를 놓을 도구들을 챙겼다.


몇년 전 생일 선물로 며느리가 사 준 색실.
내가 색실을 사달라 했더니 수틀에 교본까지 일습을 장만해 주었었다.
어쩌다 한번 소품에 포인트로 수를 놓거나 하니까 실은 거의 전량이 남아 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불의 윗쪽 가슴쪽으로 오는 전면에 도안을 그리고 수틀을 끼웠다.
실력은 일천하지만...
그리고 한가지 수놓다가 할 만 하다 싶으면 끝이 나니까 실력이 늘지가 않는다
수는 늘 하고 있어야 되는데 뭐에 쓸 일이 있다고
직업도 아니고...잘 하게 되지가 않는다.


이틀 정도 집중..집중해서 완성을 했다.
산수국 두 송이 덕분에 이불의 품격이 높아 졌다 ㅎㅎ

그런데 삼베가 곱다해도 올이 굵어서 사실 수가 이쁘게 놓아지지가 않는다
그냥 무슨 프랑스자수실로 쉽게 놓던지
아니면 두겹실로 좀 거칠게 놓는 수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는 실을 꼭 두겹으로 해봐야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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