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 예보가 있던 날.
그래도 비가 잠깐씩 오다 말다를 반복해서
그 사이 사이 눈치껏 여기 저기 조금씩이라도 일을 했다.
오전에는 라일락 어린 묘목을 뽑아 눈흘기며 바라 보는 언덕배기에 쭈욱 옮겨 심었다.
풀을 이기고 잘 살아 내려는지...
심고 보니 열 여섯 곳.
묘목을 사다가 심기만 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데
집에서 캐고 심을 자리 풀정리를 해가며 심자니 진도가 엄청 느려 오전내내 씨름을 했다.
그나마 비가 내려 서둘러 끝내고,
점심에는 남편이 내일 낚시갈 준비물을 사러 읍내에 나간다고 같이가자해서
따라나가 짜장면 한 그릇 얻어 먹고 마트에 들러 낚시가서 먹을 식재료를 구입해서 돌아 왔다.
잠깐 쉬면서 집근처를 어슬렁 거리다 현호색을 만났다.
때 이르게 처음 피는 애들을 보게된 것.
여리디 여린 모습의 현호색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아직 절정이 아니라서 피어 있는 몇 가지만 찾아 내서 들여다 보았다.
날이 조금 더 따스해지면 집옆 계곡언저리로 엄청 많이 피어 나를 홀릴 것이다
봄이 온 것이 확실한 게 표고 버섯목에도 애기 표고가 올라 오기 시작이다.
재작년 봄에 앉힌 표고종균인데 지난해 가을 부터 나오고 있다.
한 해 걸러 표고목을 몇개씩 만들어야 되는데 남편이 별 뜻이 없는지 시큰둥하다.
조금만 있어도 내가 쓸 것은 충분해서 굳이 힘들여 만들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처분만 바라고 있다.
오후 늦게 션찮게 내리던 비가 그쳐서 호미들고 나섰다.
오늘은 딸기밭.
묵은 풀을 걷어 내고 겨울을 이겨 낸 파란 풀도 뽑아 내고 한바탕 일을 했다.
끝까지 마무리를 하려 했지만 너무 늦어 조금 남겨 놓았다.
풀을 뽑으며 여기 저기 난 달래 한 웅큼 캐어서 달래 간장을 만들었다.
저녁상에 올려 간장에 밥을 비며 김에 싸서 먹으니 달래향에 봄기운이 온몸에 퍼지는듯...
힘은 들어도 몸을 써서 하는 일은 단순한 재미가 있다.
하면 할수록 실력(?)도 늘어 나는 것 같고...ㅎ
정신 사납던 밭들이 한귀퉁이씩 정리가 되어가는 풍경도 바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