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후 6개월마다 있는 정기검진을 지난 주에 받았는데
오늘 그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다녀 왔다
별 이상 징후는 없고 그저 다른 기저 질환 잘 관리하라는 주위와
다음번 검사 일정을 예약하고 돌아 왔다.
괜찮다는 그 말 한마디 들으려고 매번 그 지난한 검사를 받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벌고 돌아 오는 일.
병원에 맡긴 몸.
절에 간 색시나 마찬가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며칠 물에 불린 땅콩에서 뾰족하게 하얀 뿌리가 움이 트기 시작한다
병원진료가 오후에 있으니 오전에 땅콩과 옥수수를 폿트에 심었다.
땅콩은 저 흰 부분이 뿌리가 되니까 아래로 가도록 심어야 되는데
불리지 않으면 어디가 뿌리부분이 될지 잘 가늠이 안되기도 한다.
영 아리송하면 그냥 눕혀서 넣고 알아서 뿌리가 되는 잎이 되든 하라고...ㅎ
직파를 해도 되는데 여차하면 산비둘기 극성에 후일을 도모할 수가 없어서
조금이니까 그냥 폿트에 심어 모종으로 밭에 심는다.
겨울을 난 디기탈리스인데 바깥노지에서 북풍한설을 이기고 만신창이로 살아낸 녀석들과
운좋게 비닐하우스안에 터를 잡은 것은 제법 싱싱하고 기세가 좋아 비교가 된다
올해도 디기탈리스 꽃을 많이 보게 생겼다.
처음 화분에 심겨 진 모종 하나가 제법 고가여서 엄청 귀한 애들인 줄 알았더니
떨어진 씨앗에서도 자연발아도 잘되고 노지월동도 되고
아마도 쟤네 고향에서는 우리나라 개망초 정도로 흔하고 질긴 것이 아닐까 싶다.
어제 옮겨 심은 상추가 제법 꼿꼿하게 자리를 잡는 듯.
구근 아이리스 청보라 얘도 참 곱다.
튤립
삼겹잎국화
꿩의 비름
토종 앵초
오전에 폿트에 땅콩과 옥수수를 넣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꽃밭 여기 저기 퇴비를 흩뿌리며 다니고 힘을 많이 쓰는 일은 안하려고
새순이 올라 오는 것들을 일삼아 찾아 보았다.
어쩌면 이렇게 때를 알고 어김없이 올라 오는지.
나중 꽃이 피는 것도 이쁘지만
꽃송이처럼 올라 오는 꿩의 비름이며 솜털 보송보송한 우리 토종앵초는
벌써부터 그 이쁨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얘네들을 들여다 보며 누리에 가득한 시름을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