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라는 말처럼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정말 실행에 옮겨 함께 하기는 또 그리 쉽지만은 않은데
엊저녁에는 모처럼 마을 친구 두 집 부부를 집으로 청해
그야말로 밥 한끼 함께 먹었다.
코로나를 빙자해서 집으로 손님을 청하는 일은 하지 않다가
재작년에는 나의 암수술
그리고 작년에는 정말 힘든일을 겪으며 오랫동안 아무도 집에서 먹는 밥은 함께 하지 않았었다
전에는 핑계만 생기면 집에 모여 먹고 마시고...우리 부부의 일상이었는데
몇 년을 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이렇게 새삼스럽다.
반주로 술도 한 잔 해야하고 사사로운 이야기도 많고
밖에서 밥만 먹기에는 좀 그래서
저간에 여러번 초대 받아 염치없이 방문했던 일도 있고
사람 사는 일이 거기서 거기지 내가 좀 부족해도 크게 흉잡힐 일은 아니지 싶어
음식 몇가지 간단하게 준비해서 집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잔치음식에 잡채가 빠지면 섭섭해서 잡채를 하고
애호박전과 돈완전을 조금 지졌다.
육고기로는 술안주 삼아 드시라고 에피타이저처럼 소고기육회를 상에 올렸다.
밥반찬으로는 갈치를 구웠고 국은 갈비우거지탕을 끓였다.
갈치는 아들이 보내 준 제주산 갈치 남은 것을 쓰고
탕갈비는 사 놓았던 것에 우거지는 농사지은 배추를 삶아 냉동해 놓았던 것을 써서
정작 손님 초대용으로 장을 본 것은 소고기 육회감 뿐,
얼마나 먹는 거에 진심인지 웬만하면 냉장고를 뒤져 상 하나 뚝딱 차린다. ㅎ
마을친구가 만들어 준 도토리가루로 묵을 미리 쑤어 굳혀 놓았다.
시골/산골살이 도토리묵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서...^^
사연많은 해파리 냉채
항상 인터넷에서 대용량(5kg) 염장해파리 채를 구매해서 저장해놓고 쓰는데
이번에는 내가 뭘 실수를 했는지 채썰지 않은 통 해마리가 배송되어
채를 썰어 염기를 빼고 따끈한 물에 데쳐서 설탕과 식초에 재워 하룻저녁을 두어 야들 야들하게 만들어
오이,배,피망,밤채,잣을 넣어 마늘소스로 깨끗하게 무쳤다
지난번에 애들이 왔을 때는 해파리 채도 얌전하지 않고 그래서
뼈없는 족발을 얇게 썰어 겨자 소스로 족발.해파리 냉채를 했었다
족발냉채에는 배와 잣은 생략하고,
손님을 환영하듯 좀 늦은듯 싶게 게발선인장도 피기 시작이다.
내가 기쁘게 손님을 맞는 것을 얘도 눈치챈듯 싶기도 하고
올해부터는 나도 심기일전해서 예전의 일상을 되찾도록 노력해야겠다
방문 선물로 친구들이 가져온 정 깊은 선물
금선씨가 만들어 주는 누룽지를 일년 내내 먹고 있고
영란씨는 직접 농사 지은 땅콩으로 조림도 만들고 볶음땅콩으로 만들어 가지고 왔다
마음이 듬뿍 들어 간 정성 가득 선물이 또한 기쁨이 된다
이 마을에 살면서 얻은 정말 보석 같은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