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쯤에 연례행사로 하게 되는 김장을 올해도 변함없이 해 치웠다.
해치웠다가 맞는 말이 주말 날씨는 갑자기 추워진다 하고
배추를 가져가야하는 동생이 토요일인 오늘 온다 하고
예정에 없이 딸 아이도 내려 온다 하는데
금요일에 절여서 토요일 쯤 버무려 넣을까...?
그것도 생각만 하고 있다가 느닺없이 발동이 걸려 실컷 딴 일을 하다
목요일 오후에 배추를 따서 급하게 절이고 무를 뽑아 저녁에 남편이 채를 밀고
나는 호박 한 통 끓여 죽을 만들고 황석어 젓 달이고...
번갯물에 콩튀기듯 일을 했다는...
마침 마을 형님댁에서 쪽파와 뿌리갓을 주셔서
내 밭에 있는 션찮은 갓과 쪽파를 안쓰고도 김칫속을 만들 수 있었다.
이달 마지막 주에 아들이 온다 해서 그 때 추가로 김장을 조금 더 할 예정이라서
속을 남겨 놓으려고 넉넉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남편친구네와 친정 큰동생이 배추를 뽑아 가고 나면
그래도 배추가 남을테니 거기에서 골라 저장도 하고 나머지는 김치를 좀 더 담아야 되지 않을까 싶어서...
밤에 모든 양념을 넣어 버무려 놓고 호박죽만 식지 않아서 아침에 넣어 다시 뒤적여 완성했다.
이곳 충청도는 새우젓을 주로 쓰고 고춧가루를 엄청 많이 안넣는 게 특징.
그리고 이곳 유구는 뿌리갓이 특산품이라서 꼭 넣고
돼지파를 갈아서 마늘 생강과 함께 넣는데
그러면 김치가 시원하고 오래 먹어도 무르지 않는다
남편은 미리 약속했던 낚시계획이 있어
그 일정에 맞추느라 나는 신새벽에 일어나 절인 배추를 씻고
남편은 물기 빠진 배추를 옮겨 주는 것만 해주고 집을 비웠다.
어차피 혼자 할 때도 많았고 남편까지 챙겨 가며 하는 것보다 오히려 능률적(?)이다 싶어
기쁘게 약속대로 낚시 가라고 하고 정말 내 맘대로 김치를 버무려 통에 넣었다.
동생네 것과 딸이 가져 갈 것
또 우리 것. 일단 오늘은 그 정도...
동생네만 좀 많이 주고 딸은 달랑 한 통.
이 만큼이 이번에 한 배추 김치
다음에 마무리 김장이 예정 되어 있어 이번에는 40포기만 했다.
그 때는 아들 것과 어쩌면 마을회관에 내다 쓸 것도 여유있게 할 생각이다.
지난 해에는 내가 몸이 션찮으니 아이들이 와서 김치 속도 만들고 함께 속을 넣고 그랬는데
올해는 내건강은 좀 나아져서 체력이 어지간해졌고
또 집안에 큰 변화가 있었으니 양도 줄이고 혼자 살살 김장을 했다.
사실은 김장채소도 나는 심을 맘도 없었는데 남편이 가꾸어 놓았으니
이렇게 힘을 내어 김장을 거르지 않고 하게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