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은 변함없이 흐르고
처서도 지나 김장채소를 심어야 하는 때가 되었다.
그래도 나보다는 농사에 진심인 남편이 무씨도 넣고
어제는 배추모도 심었다.
마을 형님께서 당신집 배추모종을 구입하며 배려 차원에서 우리 것까지 챙겨 주셔서
덕분에 때를 놓치지 않고 이렇게 심게 되었다.
며칠 후 며느리의 해양장이 예정 되어 있어
내가 자칫하면 배추 심을 시기를 놓지지 싶다 생각이 드셨는지
가기 전에 심어 놓고 가라고...
또 오늘 부터 비소식이 있기도 하고,
이렇게 우리는 꾸역꾸역 하던 일을 해가며 그렇게 잘지내고 있다.
올해 노각은 유난히 많이 열리고 잘도 늙어 가고 있다.
내가 모두 소진 하지 못하니 따서 여기 저기 나누고 마을회관에도 가져 가고
어제는 사부님이 물을 뜨러 오셔서
수박한 통. 참외 몇 개.그리고 노각도 따서 한 봉다리 챙겨 보냈다.
전 같으면 내가 미리 미리 알아서 챙겨 나누었겠지만
마침 오셨으니 ...
고라니 등쌀에 이제 겨우 힘을 받아 넝쿨을 뻗고 있는 호박이다.
올해는 효도 보기 글렀다 싶었는데
그래도 애호박 한 개 따고 아침결에 둘러 보다가 호박잎도 한 줌 뜯어 왔다.
그리고 이렇게 꽃만 봐도 충분하고,
여름 내 그리 덥고 쉬지 않고 내리는 비 속에서도
어쩌다 한 개씩이지만 감도 열려 크기를 키우고 있다.
얼마나 안간힘으로 저리 매달려 있는 것인지 짐작만 해본다.
밤송이도 제법 굵어지고
머잖아 올 밤은 익어 떨어지게 생겼더라.
참 계절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 싶다.
엄지 손톱 만하게 조롱조롱 매달린 고욤.
작지만 모양은 감하고 똑같이 생겼다.
오래 전에 심은 감나무가 추위에 동사하고 그 밑둥에서 나온 가지가 자라
아주 큰 고욤나무가 됐다.
늘 저게 고욤 나무구나,
올해도 고욤이 많이도 열렸구나
그러기만 하지 아무 용처도 못찾고 있지만
변함없이 해마다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며칠 비소식이 있으니 어제 심은 배추는 잘 살아 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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