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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재미삼아 농사

더워도 해야 하는 일.

by 풀 한 포기 2023. 8. 2.

 

그 융단같던 감자밭의 풀들을 남편이 드디어 갈아 엎었다.

유난하다 싶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어서 

밖에서 일만 하면 땀으로 목욕을 한다.

게다가 절대로 식전 새벽에는 일을 안하는 사람이니  오죽하겠는가

 

 

 

올해는 수박농사도 거의 망했다.

망하나 마나 심어 놓고 뭐 따로이 한짓도 없지만서두,

지난 해에는 여기 저기 주고 싶은데 다 돌리고도 남을만큼 잘 되었는데,

그나마 뒤늦게 이렇게 몇 덩이 익어 가고 있는 것만도 황송하다.

 

 

 

긴 장마에 참외 맛이 오이만두 못하다.

그 물속에서 용케 열러 노란빛을 띄운게 신기할 정도

몇 개 따내고 참외덩굴을 걷어야 할 때가 되었다

 

 

 

풀밭을 정리하느라 애쓴 남편에게 간단히 찹스테이크.

밭에서 따 낸 채소를 넣고 그냥 쉽게 볶은 것.

삶아 냉동했던 그린 빈스도 한 줌 넣어 볶았더니 먹을 만 했다는...

 

 

 

뒤늦게 피기 시작한 흰백합은 

세차게 내리는 비에 멍들고 짓이겨져서 진짜 볼품이 없었다

마지막 한 송이 그나마 꽃잎은 성하다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념으로 아는체 했다.

내년을 기약한다.

 

 

 

누리장나무 꽃도 피었는데 우중에 차일 피일 사진도 못찍었더니

살짝 절정은 지나가고 있다.

기왕에 꽃은 섭섭하게 보았으니 나중 보석같은 열매는 잘 챙겨 보리라 다짐씩이나 한다

 

더워도 너무 더워 산골짜기 흙집인 우리집은 그나마 달궈지지는 않지만

더위나 추위에 약한 남편 때문에 요며칠 에어컨을 틀고 지낸다

이제는 우리도 노약자니까 뭘 더 참거나 견디는 일은 할처지가 아니기도 하니까

까짓 에어컨쯤이야...

 

 

더위 핑계도 있고

내가 요즘 애들 생각에 집에서 음식을 잘 안하니까

남편이 짜꾸 나가자해서 매일 한끼씩은 밖에서 먹고 있다

이 집 냉면이 어지간하다고 남편이 데려갔는데 

내 생전에 번호표 뽑고 기다렸다 먹는 것도 해보았다.

맛은...기다린 게 섭섭하지는 않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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