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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가족

염려

by 풀 한 포기 2023. 8. 16.
아들네 거실에서 바라 보이던 노을

 
아들이 전화를 했다
오늘 출근해서 팀원들과 점심을 먹었다고 엄마는 점심 드셨냐고...
누가 누구를 염려해야하는지,
이번달까지는 일주일에 수요일에 한번만 출근하고
9월부터는 정상 출근한다고 그런다.
6개월만에 일상으로 돌아 가는 아들.
이번달까지는 주변 정리 마무리하고 바쁘게 살아갈 거라고 염려하지 말란다
노심초사 궁금해도 묻지 못하는 나를 알기에 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써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겠지
 
몇 달 사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지나 갔다.
느닺없는 며느리의 말기암 선고에 모든 것이 멈추는듯 했지만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아들이 지극정성 그야말로 여한없는 돌봄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슴아픈 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 이쁘고 똑똑하고 현명하기까지 했던 아이를 끝내 놓치고 만 것은 
다 내 아들이 박복해서 그랬거니
아쉽게 너무도 빨리 간 며느리는 그 아이 친정어머니 말씀처럼 일찍 간 거 말고는 복많은 아이였다고
나도 그렇게 믿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병원에서 그렇게 집에 오고 싶어 해서
소원대로 집에서 지내다가 마지막에도 병원으로 안가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보낸 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고 있다.
내내 정신이 그렇게도 명징하다가 혼수가 오고 몇시간만에
마침 방문한 간호사가 있을 때 아주 평온하게 그렇게 갔다.
 
나는 아직은 꿈인지 생시인지 깜박 분간이 안되기도 하지만
애써 정신차리고 일상으로 돌아 가려 한다.
 
아직 그 아이가 원하던 대로 바다로  보내지는 못해서
여름 해수욕장의 울긋불긋 분위기가 정비 되면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보내 주기로 했다.
또 한번의 이별식이 남아있지만 그 아이는 이미 홀연히 아주 가벼이 우리 곁을 떠나 갔다.
 

 
내 주변의 나를 아는 이들은 친구들을 비롯해서 나를 염려한다
정신차리고 보면 나도 아직 암환자.
 
어제도 마을 형님께서 뭐라도 먹어야한다고 아침부터 묵도 쑤고
쑥개떡도 만들어 땡볕에 걸어 올라 오셨다.
아직은 내 며느리 얘기를 끝도 없이 하고 싶어서 한동안 그 아이 얘기를 했다.
이제는 기억속에서만 존재하는 아이
나는 언제나 온전히 그 아이를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잊으려 애쓰지 않고 아주 오래 오래 내 기억속에서라도 붙들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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