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양양 낙산사 앞바다로 가서 며느리 해양장을 치렀다.
생전에 그 아이가 가고 싶다고 정해준 그 바다로 양쪽 집 가족들과 친구들 하고 함께,
진즉에 끝냈어야 할 일이었는데 여러 사정상 이제야 마무리를 하게 되니
새삼, 슬픔을 업데이트한 셈이 되고 말았다.
역시 그날도 비가 간간히 내리고 파도까지 높아서
간신히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그나마 배를 띄울 수 있는게 다행이라 여겨져서 이런 저런 불편함은 그냥 기꺼이 감수했다.
그 아이가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아서 사전 추모 예식을 따로이 하지 않고
그래도 마지막 작별의 인사는 해야하지 싶어
내가 편지를 써서 읽어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그 아이를 영원히 먼 바다로 보냈다.
참으로 속절없더라 사람 하나 보내는 일이...
일렁이는 바닷속으로 꽃을 던지고 술을 따르고
이게 뭔 일인지 그저 꿈처럼 무슨 행사를 치르듯 우리는 모두 그러고 돌아 왔다.
아들은 GPS로 장소를 검색해서 저장하고
또 언제 그곳을 찾아 가려고 하나 싶지만 그곳에 그 아이가 머물러 있겠는가...
다 부질없다.
살아 온 생애 중 참으로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아들에게 일렀다.
애써 잊으려 말고 충분히 슬퍼하고 오래 그리워 하라고...
모든 것이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 다 엷어지고 그리 될 것을 알기에
너무 애쓰지 말라고 그리 말해 주었다.
아들은 생각 보다 씩씩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부러 저러지 싶은 마음에
가슴 한편으로는 더더욱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을 그날 혼자 두기도 그렇고 새벽부터 강행군이어서 피곤하기도해서
함께 저녁도 먹고 아들집에서 자고 내려 왔다.
마음으로는 나라도 며칠 있을까 싶었지만 병원 예약일이라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주에 했던 검사 결과를 보러 어제 병원에 갔었는데
다 괜찮은데 뼈 스캔에서 허리 부분에 좀 음영이 보인다고
다음 주에 펫-시티를 찍는 예약을 하고 왔다.
유방암과의 상관은 없어 보이지만 안보이던 게 보이니 확인 차...
근래에 허리도 아프고 어차피 점검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강제로 하게 됐다.
뭐 별 거 아니겠지만
아니 별 거라도 어쩔 수 없겠지만
병원에 맡긴 몸이니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그러는 수밖에 없다.
이제 정말 가을이 오려나 보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기까지 하다.
봄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그 아이를 떠나 보내니 가을이 되었다.
아직은 내 사고의 심연에 가득 그 아이가 채워져 있어 조금은 허둥거리고
멍하고 그냥 그렇지만 그래도 살아 내야 하는 내 의무가 있으니
이렇게 애써 버티며 하루 하루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