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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내 맘대로

by 풀 한 포기 2023. 9. 23.

 

어찌 어찌 시간이 흘러 

내일이 떠난 며느리 49재가 된다

며느리도 나도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우리 정서에 그래도 49재는 큰 의미가 있는 날이라서....

그 동안은 아직 이승에 머물다가 49일이 되는 날에 저승으로 간다 하니

정말 마지막이다 싶어 이승에서 밥상 한번 차려주는 마음으로 

평소에 그 아이가 좋아하던 반찬 몇가지를 하고 있다.

불교식이라서 원래는 육류는 상에 안올린다지만 

어차피 격식에서는 한참 먼 내 맘대로 하는 것이니 고기쟁이였던 그 아이에 맞춰

생일상차리듯 장만하고 있다.

 

낮 11시쯤 지낸다 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들은 오늘하고

내일 아침에는 탕국과 잡채 생선찜 정도만 하려고 그런다.

지난 생일에도 병원에 있어 챙기지 못했고 

여러달 아무 것도 먹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한이 되어, 와서 밥먹고 가라고...

내가 해주는 마지막 밥이니 꼭 와서 먹고 가라고,

 

어제 장을 보러 나갔더니 마침 과일 코너에 애플 망고가 있어 다른 과일을 사며 그것도 샀다.

얼마나 잘먹던 과일인지 모른다 

늘 값이 비싸니 아쉽게 먹이곤 했는데,

이렇게 사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엊그제 남편이 대천에 갔다가 도미를 사왔더라

도미찜도 그 아이가 좋아하던 것이어서 그것도 상에 올려 주려고 한다.

지금 불 위에는 갈비찜을 하고 있다.

 

 

 

 

시골집의 거실이 좁아 온열소파를 들이면서 지난해 큰 탁자를 내놓았더니

식구들이 모이면 그곳에서 밥도 먹고 그랬는데

정사각형 교자상을 두개를 붙여 놓으면 식구 몇 안되는데 너무 넓고

하나만 놓으면 누군가 자꾸 상 모서리에 앉게 되고 

지난 내 생일 지나서 좀 안되겠다 싶어 둥근 교자상을 주문해서 배달 받았었다.

그러고는 며느리가 다시 못왔으니 그 상을 펼쳐 볼 일이 없었다.

사실은 그 아이 편하게 앉게 하려고 산 거 였는데...

어차피 내 맘대로이니 내일  둥근 교자상에 차려 주려고 한다.

일단 그 아이가 써야 나도 맘놓고 쓸 거 같아서,

별 거 아니지만 그러고 싶으니까...

 

어제부터 아이가 오면 잠자던 구들방도 7개월만에 청소도 하고 불도 때고 그랬다.

이부자리도 모두 꺼내 세탁을 하고 

와서 보고 좋으라고 잔디도 깍고 꽃밭에 풀도 매줬다.

이렇게 시골집도 잘 건사하며 씩씩하게 살고 있으니 마음쓰지 말라고

요며칠 열심을 내고 있다.

 

아들도 49재 별 의미를 안두고 그러는데

그 냥 내 마음에 점을 찍고 싶어 이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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