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
하오니 그저 일은 하지 말고 휴식과 그늘과 물을 가까이하라는 문자가
전화기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그것 땜에 더 덥다...
그렇다고 스팸등록을 할 수는 없으니 선별 수취의 재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밭 옆으로 삽목국화와 메리골드를 주욱 심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핑계댄다 해도 좀 너무하다 싶게 온통 정글.
그냥 봐서는 애시당초 뭘 심었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심은 나는 아니까 더듬거리며 일단은 풀과 꽃을 분리해 길을 터 놓았다.
왼쪽 융단같은 풀밭은 감자를 캐고 빈 밭이었던 곳인데
남편이 진즉에 갈아 엎는다 하다가 저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게으름도 때로는 미덕이 된다는 것을 풀을 뽑으며 알았다.
조금 부지런히 풀을 뽑아 비교적 깨끗했던 밭은 긴 폭우에 다쓸려 흙은 떠내려가고
아주 돌밭이 되어 버렸다.
새로 개간하듯 거름을 주고 몇년 다독여야 밭꼴이 나게 생겼는데
이 풀밭은 아주 멀쩡하더라는...
풀뿌리가 흙을 잡고 있어서 유실되지 않고 현상유지가 된 것.
오늘 남편이 일단 저 풀을 예초기로 잘랐다.
저녁무렵이나 내일 아침에 관리기로 로터리를 친다고....
풀을 잡고 나중에 퇴비 뿌려 다시 밭을 만들어 김장채소를 심게 되지 싶다.
잡초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았다.
세상에 쓸데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삽목둥이 국화가 풀 속에서 이렇게 버티고 있다.
풀이 무성해서 국화가 있는지 없는지 표도 않나던 곳에서 간신히 건져냈다.
물을 좋아라하는 수국은 그중 멀쩡하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섶이기도해서 나름 열심히 풀을 뽑아 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저 누무 바랭이...
오늘아침 모두 섬멸했지만 정말 징하다
봄에 모종으로 내다 심은 그 많던 루피너스는 비에 녹아 흔적도 없다
하우스 안에 한 두포기 살았고,
마을 꽃밭에는 어떻게 되었나 확인을 못해봤다.
이러다 그 귀한 종자도 밑지게 생겼다.
오뉴월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미레와 호투가 늘어진 팔자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호투는 지가 개인 줄 아는지 미레 하는 대로 따라 하고 있다.
미레 또한 지 새끼처럼 물고 빨고 온통 침을 발라 놓고 있다
이번 주는 아들이 오지 말라해서 가보지도 못하고 있다.
며느리가 열이 오르 내려 혹시 감염이 우려 되어 모든 방문객을 못오게 하고 있다고...
나는 속수무책 그저 기다리는 일만 하는게 전부인데
도대체 내가 기다리는 게 무어란 말인가
이제껏 살아 오는 동안 아주 평탄하다고는 하지 못하게
이런 저런 일들도 많이 겪고 살았지만
이렇게 까지 힘겨운 일은 아직 없었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눈꼽만큼도 없다는 무력감.
참으로
속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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