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한 여름에 이르기까지
몸도 마음도 두서없이 그저 황망하기만 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의 일상은 무심한듯 또 그렇게 흐르고 있다.
연일 퍼붓던 비도 잠시 긎고 뇌우를 동반한 왁자한 소나기도 오늘은 조용하게 지나가려는지...
그래도 그 비를 견디고도 꽃들은 피고 있다.
남들에게 일어 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 날 수 있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가슴은 그것을 받아 들일 수가 없다.
다른이들의 힘겨운 상황을 볼 때는
저이들은 저 지경에 어떻게 살아 갈까...? 싶었는데
나 또한 이렇게 살아 지고 있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아무리 누르려고 해도 차오르는 슬픔을 어쩌지는 못하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이렇게 산다
때가 아닌데도 표고가 피어 난다
아가미가 돋는게 아닐까 싶게 대기에 온통 물기가 가득하다 보니 정말 버섯이 나고 있다
그냥 심어만 놓고 비핑계와 더불어 내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것들이
용케 살아 남아 열매를 맺고 있다.
토마토류는 서너 포기 살았고 오이는 물을 좋아하니 숨어서 열리고 늙어가고 있어
한소쿠리 따서 오이 깍뚜기를 버무렸다.
재 넘은 것은 노각으로 만들려고 그냥 두고 어중간한 것들은 따서 씨를 발라 내고 무칠것이고
그나마 좀 그럴듯한 것들은 부추 한 줌 베어 넣고 깍두기를 담았다.
우리가 먹는 것은 소량이니 마을 회관에 가져다 먹어도 되겠다.
이 와중에도 마을 일은 정신 차려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저 하찮을지 모르지만 이타적인 내 모든 행동이 며느리에게 덕으로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사소한 몸짓 하나라도 그 안에는 그런 내 소망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