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정직한 계절

by 풀 한 포기 2023. 9. 4.

 

미레를 데리고 나선 아침 산책길.

길섶의 천일홍이 가을 초입임을 말해주듯 진홍의 꽃망울을 탐스럽게 달고 있다.

저 곳에 떨어진 씨앗에서 절로 난 어린 모종을 솎아 폿트에 옮겨 키워 

마을 꽃밭에도 내다 심고  천일홍이 없다는 댁에도 드리고 그랬다.

꽃이 피면서 포기가 점점 자라서  나중 서리 내리기 전까지 꽃을 보여 주는 참 고마운 아이다.

 

 

 

아주 이른 올밤이 떨어 지고 있다.

낮동안에 아직 후덥지근하지만 우리집에서는 가을이 왔다는 신호탄쯤 된다.

밤은 좀 늦게 익어 떨어지는 밤이 맛이 좋고

올밤은 좀 심심한 맹맛이다.

그냥 밤이라는 ...

 

 

산자락 길섶으로는 싸리꽃이 피기 시작이다.

세상에 이쁘지 않은 꽃이 없다.

진정으로 자세히 오래 보아야 이쁜 꽃이다.

 

새깃유홍초
쥐손이 풀

 

 

호투녀석이 이제 제법 고양이 스러워졌다.

아직은 육고기 위주로 밥을 먹고 사료는 간식 수준으로 먹지만

굳건히 살아 있어 준 것만도 고마워서 집안에 고양이 용품을 사들이고 있다.

입이 짧으니 츄로스나 다른 간식도 사주고

스크레쳐도 마련하고 변기통에 모래까지...

야생으로 오는 애들은 그저 사료와 물만 주고 추울때 은신처 정도 챙겨주면 되었는데

집안에 데리고 있자니 그 뒷치닥거리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 재롱(?)에 누리에 가득한 근심을 잊는다

 

아직은 마음이 다른 블친님들의 글에 댓글을 달고 마실을 다닐만 하지가 않아서

어쩌다 가서 글만 보고 조용히 오곤 하는데

어느분께서 어머님이 만들어 주셨다는 삼베이불 이야기를 하셨다.

그 글에 내가 삼베이불 하나 만들어 며느리 관에 넣어 보낸 것이 생각이 났다.

해줄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가지고 있는 삼베를 잘라 이불을 짓고 수를 놓아

추위를 많이 타던 그 아이 춥지 말라고 마지막 선물을 보낸 것.

 

오래 가지고 있던 삼베로 내 이불을 만들고 딸도 하나 만들어 줬는데

며느리에게는 결국  마지막 선물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 딸에게 다시 만들어 준 것.

지난해 해준 게 천이 낡은 곳이 있어서 새로 지어 주었다.

오래 가지고 있던 삼베를 참 여러 곳에 요긴하게 썼다.

 

 

 

 

 

'일상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하나 숙원사업 해결  (15) 2023.10.07
추석이 가깝다는...  (0) 2023.09.26
일상은 변함이 없다  (15) 2023.08.22
게으름도 미덕  (22) 2023.07.31
나의 시간은 시치미를 떼고...  (0) 2023.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