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피어도 이쁘지만
그래도 꽃창포는 물가에 피어야 제격이다.
꽃이 이뻐서 집옆 꽃밭에도 조금 심어 두었지만 여기가 그중 잘어울리는 자리같다
끈끈이 대나물꽃이 여기 저기...
저 지지대에는 차요테와 여주, 꼬마 단호박을 올릴 곳인데
아직은 드문 드문 사이 사이에 심어 놓아서 잘 안보인다
저 꽃을 빨리 보고 뽑아 내야 비로소 제 주인이 행세를 할 것이다.
오늘은 공사다망,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엊저녁 늦게 밭에서 풀을 매는데 뭔 벌레가 눈주변을 쏘고 달아 났다
그저 `따끔`, 하던 일 마저 하고 들어 와서 약을 바르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 나니 세상에 눈탱이가 밤탱이라더니 딱 그렇게 생겨서 눈이 부어 붙어 버렸다.
얼음찜질을 해서 그나마 실 눈이라도 만들고 ,
게다가
어제 낚시를 가서 집을 비운 남편.
그 남편의 부재를 알았는지 아침부터 우물을 퍼올리는 모터가 돌아 가셨다.
남편이 집을 비우면 일을 많이 하는데 어제는 남편 침대를 정리하고 이불을 몽땅 빨고
오늘은 내 것을 정리하고 세탁기를 돌리려니 물이 안나오네..
평생 낚시 간 남편에게 전화로 언제 오느냐 안 묻는데 오늘은 사정이 사정인지라
내 다급한 전화에 서둘러 돌아 와서 고쳐 본다고.하고.
나는 애쓰지 말고 모터 한 개 사서 교체하자고 권유를 했으나
일단 뜯어 보고...그러던 차에 소식을 들은 진익씨가 부속이 있다해서 그걸 가져다 바꿔봐도 안되고
결국 해체해서 차에 실으려는데 다시 진익씨의 구원전화.
그거 아니면 고장날 곳은 딱 한 군데라고...암튼지 그 훈수대로 뭘 열고 어쩌고 해서
드디어 모터가 돌아 물을 쓸 수 있었다.
오전 내내 애를 쓰다가 정오나 되어서야 빨래를 시작했는데 내둥 괜찮던 하늘이 우중충.
이불이 뽀송하게 마르기는 그른 날씨다.
그리고 몇달 전에 농협 보조혜택이 있는 농약안전보관함을 신청했는데
선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지 두 달.
하필 길 공사 중인데 오늘 배송을 하겠단다.
진입로 석축 쌓아 공사하느라 장비가 들어와 있고 레미콘을 쏟아 담아둔 큰 쇠 박스가 길가운데 떠억.
하는 수 없이 중간에 그냥 내려 놓고 가라고.
오늘 공사 끝내고 바쁜 중에도 공사하는 트럭으로 집까지 올려다 주고 갔다.
우리가 가져 올 거라고 말했음에도 무겁다고...고마워라.
나는 한쪽 눈이 부어서 잘 보이지도 않고 누가 볼까 창피한 중에도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도와 자리를 만들어 보관함을 들여 놓았다.
조합원은 2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거의 횡재수준의 사업에 당첨된거라 그저 황송하게...
그동안 봉다리 봉다리 여기 저기 뭐가 뭔지 잘 모르게 들어 있어서
한번 찾으려면 애를 쓰고 또 지저분했는데
농약을 별로 쓰지는 않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게 생겼다.
눈이 한쪽 안보이거나 말거나 해야 할 일은 해야 되고.
비닐하우스 물주러 올라가다 보니 개울가 쪽으로 박쥐나무에 꽃이 피어 있더라
꽃이 피면 꽃잎이 모짜르트 머리처럼 또르르 말려 올라가고
노란 꽃수술은 롱드레스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꽃이 그닥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이쁜꽃이다.
요며칠 길 보수 작업중 무너진 경사지에 석축 작업을 하고 있다.
기계로 다하지만 마무리 섬세한 작업은 역시 사람손으로 ...
아마도 한 이틀쯤 더하면 마무리가 된다고 하니 정말 숙원사업이 해결이 되는 셈이다.
6월 첫날부터 정신줄 바짝 잡아 챙기라는듯 이런 저런 일들이
나를 몰아 세운 하루였다.
비록 사소한 일들이었지만 심심할까봐 자꾸 일이 생긴다.
한가한 산골 작은집의 어제 풍경이다.
바지랑대 높이 올려 이불을 널어 놓으니 더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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