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몸만 움직이면 지천에 먹거리가 가득한 좋은 시절이다
풀이 좋아 할 만큼의 비가 내린 후
엄나무, 오가피나무 덩달아 두릅까지 하룻사이에 순이 쑤욱 자랐다.
그 하루가 엄청 긴 시간인 것처럼 자칫했다가는 때를 놓칠 뻔 했다.
데쳐서 초고추장을 찍어 먹을 만한 것들을 추려 다듬으며
좀 션찮은 것들을 모아 전을 한 장 부쳤다.
쌉싸레한 엄나무와 오가피 순 부침개.
입안 가득 봄....
오늘은 집주변을 한바퀴 돌며 참취를 뜯었다.
잠깐 사이 한 소쿠리...
밭에는 내가 부러 키우는 취나물도 있는데 절로 나는 것이 한발 빨리 자라는듯,
저녁상에 데쳐 나물무침으로 올리고
나머지는 말려 묵나물로 하려고 널어 놓았다.
병풍취
잎 한장이 얼마나 큰지 최소한 사등분을 해야 한 쌈으로 먹을 수 있는 크기다.
깊은 산에서나 자란다는 아주 귀한 것인데
몇 년전 작은 모종을 얻어 습기 많은 개울가 언덕배기에 심었는데
두 세 포기 살아 내고 있다.
다른 쪽에 있던 것은 올해 아직 안보인다.
봄 비 한번이 얼마나 대단한지 잠자던 표고버섯들이 모두 깨어 났다.
재작년 봄에 종균을 넣은 표고목에서 지난 가을 몇 개를 시작으로 이번 봄에는
혼자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이 나오고 있다.
숨어서 크게 피어 버린 것들은 잘게 썰어 말려 분말로 만들려고 말리고 있고
그중 이쁜 것은 골라 며느리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나도 먹고 또 조금씩 맛 보라고 여기 저기 나누기도 하고
자연이 주는 화수분을 맘껏 누리고 있다.
날씨가 들쭉 날쭉해도 비교적 따뜻하니 연산홍이 조금 일찍 모두 피었다.
흰색이 그중 늦어 다른 꽃들이 거의 질 때 피었었는데 올해는
거의 동시 다발로 피고 있다.
날씨가 하 수상하니 얘들도 정신을 못차리는 모양.
모과나무 꽃이 어울리지 않게 요염하게 피었다
이 작고 앙증맞은 꽃에서 그 못생긴 모과가 열린다는....
열매가 못생겼으니 보상처럼 꽃이라도 특별히 이쁘게 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단이 한 두송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절정이다.
화려함에 비례하듯 화기는 너무나 짧아 서둘러 이쁜 모습을 열심히 볼 일이다.
눈에...마음에 담아 그 아쉬움 덜하도록.
독일 붓꽃중 그중 먼저 피는 것.
이름이 왜 붓꽃인지를 알려 주는 꽃봉오리.
이 아이를 시작으로 조금씩 시차를 두고 여러 가지의 독일 붓꽃들이 필 것이다
아마도 오월 초순에 모두 화려하게 피지 싶다.
우리 토종의 삼색병꽃.
이 아이는 4월에 피고 5월에는 붉은 병꽃 6월에는 일본 삼색병꽃이 핀다.
어쨋든 석달을 번갈아 가며 병꽃을 볼 수 있다는...
봄 날하루는 바지런히 움직여도 짧아도 너무 짧다.
다른 이들은 산으로 고사리도 꺽으러 간다하고 그러던데
산에 가는 것은 언감생심 나는 집 안팍을 동동거리며 다녀도 온천지 풀밭을 못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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