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새옹지마(塞翁之馬)

by 풀 한 포기 2022. 9. 12.

 

뒤늦게 흰 플록스가 만발이다

봄에 고라니가 순을 죄 잘라 먹어서 제 때에 꽃을 보지 못했었다.

나중에 여리게 순이 자라기는 했어도 여름 내내 비에 치여 션찮게 

비실거리며 꽃이 피더니 

얼마간 제 정신이 든 날씨에 얘도 힘을 내어 두 벌 꽃이 많이 왔다.

요즘 꽃밭은 조금 허술하고 여름꽃 지고 난 뒷설거지가 있기 마련인데

이 아이 덕분에 꽃밭스럽다.

 

 

 

시샘하듯 진분홍의 플록스도 이제야 꽃이 제대로 피고 있다.

고라니 미워하고 그랬는데 오히려 지금 꽃이 피니 더 보기 좋다.

 새옹지마로군...그러면서 슬쩍 웃었다.

 

 

 

크레마티스도 힘을 내어 살아 내고 이제라도 꽃이 많이 오고 있다.

봄에 꽃이 피기 시작할 때 엄청난 돌풍이 

이 아이를 휘감아 흔들고 나서 피어 있던 꽃도 시들고

급기야는 꽃봉오리 잔뜩 매단 줄기 더미가 시름 시름 시들어 고사하고 만 것.

덩굴이 뻗어 올라가도록 아치형으로 지지대도 튼실하게 만들어 줬었는데...

 

묵은 줄기라 해도 뿌리 부분까지 그렇게 휘둘리고 몸살이 났던 것.

 

그래도 뿌리는 살아 있었으니 나중에 새순이 돋아 나와서 

꽃은 언감생심 그저 살아 내년을 기약하자 했더니

이렇게 꽃도 여러 송이가 왔다.

너무 반가워 저녁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이제는 감도 색을 입기 시작을 하고 있다.

계절을 어찌 이리 잘 아는지...

올해 날씨가 고약했던 거에 비해 감은 제법 많이열린 것 같다

지난해에도 해걸이 인지 감은 몇개 못 땄는데...

먹는 것 보다 보는게 더 좋은 감나무. 월하감이다

 

 

 

좀 작살나무에 보석같은 열매가 달렸다.

세상의 모든 색은 자연에서 온 것이 맞다.

이렇게 이쁜 천연 구슬을 본 적이 있는가

 

오늘로 추석 연휴 끝나고 아침 먹고 딸아이가 돌아 가고 난 골짜기 집은 

남편과 달랑 둘 만 남았다.

늘 그러했고 그 적막감을 즐기며 살고는 있지만 며칠 아이들의 수런 거리는 소리가 들리던 시간이

비로소 사람 사는 것처럼 깨어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션찮았던 덕분에 며느리가 솜씨를 내어 음식을 해왔고

딸도 거들어 이것 저것 챙겨 와 추석을 잘 지냈다.

해서...내가 아직은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딸이 집에 돌아 가 보낸 문자 `그저 건강만 하십쇼`

 

 

 

 

 

'골짜기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 가을  (27) 2022.10.01
가을로 가는 꽃밭  (38) 2022.09.20
가을이 왔다구요  (32) 2022.09.04
모처럼 여유롭게,  (28) 2022.09.02
나도 고추...  (30) 202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