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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가을이 왔다구요

by 풀 한 포기 2022. 9. 4.


밤나무밑을 무심히 지나치는데 툭! 알밤 한 알이 떨어졌다
올려다 보니 세상에...맞아 때가 그리 되었네.
우리집에서 그중 먼저 익는 밤나무 한 그루
어김없이 추석전에 익어 떨어 진다.
일찍 익는 것 빼고는 미덕이 없다 맛은 맹 맛..ㅎㅎ
그래도 며칠 숙성된 다음에 먹으면 밤맛이기는 하다
내가 늘 투덜거리면 남편은 밤 맛이 그렇지 뭐 별거 있냐고...


멧돼지 등쌀에 사과나무고 배나무고 다 쓰러지고 돌보지 않고 내팽겨 쳐둔 배나무
다 부러지고 남은 가지 힘을 내서 배가 열렸었나 보다.
나도 무심히 가보지도 않았는데...
이 배가 제대로 커서 익으면 맛도 좋은데...우리 팔자에 언감생심.
과일이 익을 만하면 멧돼지 출동하신다
열매만 따먹는게 아니고 나무도 모두 쓰러뜨리고 부러뜨리고 아주 초토화를 시킨다.
나는 그저 달빛에 하얀 배꽃 흐드러지게 피는 것만 봐도 좋은데
그건 사치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을 초입에 늘 피는 물봉선
골짜기 게곡 옆댕이로 올 해도 함초롬이 피었다
연분홍의 물봉선도 가끔 보이는데 올해는 눈에 안띈다.
처음 이 골짜기에 터를 정하려고 왔을 때도 물봉선이 피어 있었다.
작은 계곡과 더불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물봉선이 맘을 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었다.

골담초

불두화

그런데 얘들은 때를 모르고 지금 왜 피는 거임?
비오고 약간 서늘해지니 계절을 착각한 모양


남편이 열심을 내고 있는 김장채소 밭
고양이 성화에 죄 비닐을 씌우고 심었다.
김장채소는 풀만 초기에 조금 잡아 주면 굳이 비닐 안씌워도 되는데
부드러운 땅만 보면 다 파헤치고 저지레를 하니 어쩔 수 없다.


무는 참깨 베어 낸 자리에 그냥 심었다.
김장채소도 올 해에는 내가 쳐다 보지도 않고 남편이 혼자서 하고 있다.
우리 먹을 거야 조금이면 되지만
해마다 가져 가는 집들이 있다 보니 올해라고 건너 뛰기가 그랬는지
예년만큼 심었다.
나중에 김장철에 죄 모여 나누고 그러면 재미는 있는데
올해는 내가 그 뒤치닥거리를 할 자신이 없어 당일에 와서 채소만 가져가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시누이네는 절여서 가져 가고
동생과 친구네는 내가 김치를 담아 주었었는데
일이 많아 어째야 할지 그때 보고 내 체력 범위안에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김장채소밭도 둘러 보고
한껏 가을 기분에 취해보지만 비가 오려니/태풍이 온다니까 날은 좀 후덥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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