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터를 정하고 최소한으로 주변을 건드리고
아주 낮은 흙집 하나 얹어 깃들여 살고 있는데
본시 이곳은 고라니나 산토끼나 꿩 또는 이렇게 나타나는 두꺼비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토끼도 볼 수 있었고 더러는 길가에 꿩병아리가 종종거리고 다니기도 했는데
점점 보기가 어려워졌다.
다 우리 탓일테지만...
몇년 전까지 밭에 있으면 두꺼비가 엉금 엉금 기어가기도 했는데
잘 눈에 안띄다가 요즘 부쩍 자주 볼 수가 있다.
나는 반가움에 인사를 건네지만 쟤는...ㅎㅎ
고양이들 눈에 띌라 어서 숨으라고 나는 맘속으로 얘기를 한다.
개구리처럼 풀쩍 뛰지도 못하고 네 발로 엉금 엉금 ...언제 숨나.
그래도 아직은 얘네들이 살 수 있는 정도는 되는구나 싶어 안심이다
유카가 꽃을 피웠으니 이제 한여름이다
산 속이라서 아직 저녁으로는 선선해서 얇은 여름이불을 꺼내지도 못하고 지냈는데
어제는 제법 더워 선풍기를 내 놓았다.
그나마 아직 에어컨을 틀 정도는 아닌 것이 다행.
내일부터 장마라고 예보는 있는데 와 봐야 아는 것이고
아직 밭에는 캐야 할 감자도 있고 콩도 정식을 못했고...
남편은 아주 느긋하게 마늘을 묶고 있다.
엮어 매는 것은 할 줄 모르니 손질해서 한 묶음씩 머리꽁다리 묶듯 하고 있다
손도 느리고 급한 게 없는 사람이니 저걸 또 언제 끝내나...ㅎㅎ
그래도 응원차 수박을 잘라 들고 가서 함께 먹고 들어 왔다.
코끼리 마늘 꽃이 피고 있다.
처음이라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알리움이 대수랴..ㅎㅎ
당근도 꽃이 피고 있고..
충분히 꽃대접을 할 만큼 나름 이쁜꽃이다
발밑으로는 풀이 호랭이 새끼 치게 생겼지만 나는 그것은 안쳐다 본다.
어제 방사선치료차 병원에 다녀 오는 길에
마을 정자나무 밑에서 마을 어른들이 모여 계시다가 술 한잔 하고 가라 잡아서
남편은 딱 한 잔. 돼지 겁데기랑 마시고 (집에 다왔으니)
술기운 올라 오기전에 후딱 올라 왔다
마을화관이나 정자에는 여자 어른들이 점령을 해서
남자분들은 이 나무 아래 터를 잡으셨다.
어디를 가나 여성상위 까지는 아니고 우선시대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