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 마루에 무지개가 걸렸다.
저어짝 어디 비가 내리시나...
다른 동네는 소나기라도 지나 갔다던데 온다던 비가 한 방울도 안내렸다.
아예 소식이 없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이 날 저 날 매번 비소식이 있다고 기대감을 갖게하고 안 오는 것은 배신이다.
보리 누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고 엊저녁 날씨는 서늘하기까지해서
그예 보일러를 켜고 잠자리에 들었다.
기온이 이러하니 비가 오겠냐구,
퇴원해서 집에 며칠 있자하니
동생이며 아들네 내려 오고 동네 친구들이 와 보고
먼데 있는 벗들은 마음 한 조각이라며 뭔가 택배를 보내주기도 하고
아주 환자 노릇이 무르 익었다.
집안에 과일가게 하나 차려도 될성 싶고
듣도 보도 못하던 별별 먹을거리가 잔뜩 쌓여서 오히려 한 보따리씩 들려 보내고 있다.
이 분위기 나를 환자 라고 확인시켜 주는듯해서 별로 인데...
오늘은 유구 장날이어서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장에 나가 한바퀴 돌고 왔다.
혼자 운전 정도는 해도 될성부른데 남편이 기어이 자기가 운전한다고
모처럼 남편차 얻어 타고 호강했다.
단골 생선집에서는 왜이리 뜸했냐고...그저 미소로 답하고,
손질 간단한 생선 두어 가지하고 바지락을 사 왔다.
하나로 마트에 들러서는 또 이것 저것 한 보따리 사고...
저녁에 장 봐온 닭으로 남편이 나의 지도(?)하에 평생 처음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밭에서 감자 포기하나 들춰서 캔 감자를 넣고...
맛은 어지간히 먹을만 했다는,
힘들어도 내가 하고 말지 싶은 거 참느라고 정말 죽을 뻔 했다. ㅎㅎㅎ
남편의 총론 뭐가 이렇게 여러가지 들어 가냐고 ,
차려주는 밥만 먹다가 조리하는 과정에 참여를 하니 느끼는 게 좀 있으려나
이번 기회에 혼자서도 뭐든 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