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 비가 조금 내렸고 오늘 오전에도 아주 조금 부슬 부슬.
남편은 어제부터 비가 안 내리는 시간에 조금씩 밭 일을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내가 식전으로 틈틈히 하던 일인데...
어제는 우선 양파를 캐고 오늘은 남은 양파 마저 캐고 돼지파를 캐고 있는듯...
그 다음은 마늘을 캐야하는데 그나마 비가 조금이라도 내렸으니
땅이 그닥 단단하지는 않아 힘을 덜들여도 되지 싶다.
내일이나 마늘을 캐겠지..
앉아서 하는 일을 유독 힘들어 해서 내가 혼자서 틈틈히 캐 놓으면 옮겨 오는 일이나 하다가
올해 온통 혼자서 해야 하니 좀 힘들어 하겠다 싶다.
상황이 안좋은 게 엊그제 방사선 치료 설계받으러 가서 CT찍을 때 맞은
조영제 부작용 때문에 오늘도 병원을 다녀 왔고
며칠전 몸을 쓸만하니 꽃밭의 다알리아 지줏대를 세우고 묶어 주다 허리를 삐끗해서
정말 환자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으니 밭에 나가 도와 줄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일이 힘들어 그런게 아니고 그냥 살짝 앉아서 줄을 매려고 하다 그랬다
그간 안쓰던 근육을 써서 그랬지 싶은데 옆구리 근육이 놀랬는지 아주 불편하다
문제의 다알리아
그날 아침에 나가 보니 고라니가 밤새 다녀갔는지 옆의 박태기나무와 함께 쓰러져 있어서
봤으니 일으켜 세우고 기둥 박고 묶어 주다...ㅜ.ㅜ
어쨋든 그야말로 그놈의 고라니다..
친한 동생네가 어제 흑두부를 해서 가지고 왔다.
아침 일찍부터 두 부부가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여 두부를 만들었을지 다 아니까
고맙기도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햇양파를 캤다고 장아찌를 담아 왔는데 아삭하는 식감도 살아 있고
간도 딱 알맞아 맛있게 먹고 있다.
두부는 아까워서 그 고유의 맛을 즐기려고 그냥 생두부로만 먹는다
찌개에 넣거나 다른 음식을 하는 것은 사 온 두부로...ㅎ
이제 꽃밭에는 백합의 계절이 시작 되었다.
살구색 이 그중 먼저 피었다
처음에 다섯 가지 색을 심었는데 자연스레 사라진 색도 있고 전체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
나머지는 무슨 색이 필지 아직은 모르겠고
올해 새로 심은 흰 백합은 아직 필 생각을 안하고 있다.
이쁘다 싶은 것들은 생명력이 약해서 사라지기 일 쑤고
그렇지 않은 애들이 훨씬 질긴 생명력으로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
당분간은 백합이 어떻게 필지 들여다 보는 것이 재미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