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은 내 생일이 지나야 비로소 시작 된다
이번 생일은 아이들 보고 오지 말라 하고 고요히 지낼 작정이었는데
며느리도 컨디션이 좋다 하고
즈이들 숙제라 생각하는지 기어이 토요일에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그래봐야 어른만 달랑 다섯 명.
생일 선물을 뭐 해주랴고 하도 성화를 해서 애들 고민을 덜어 줄 겸
심사숙고(?)끝에 주문하기를 딸내미에게는 싱크 수전을
아들내미에게는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 원+원을 사달라 했더니
그게 무슨 생일 선물이냐고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선물이 별 거냐고 내가 필요한 거 주는게 선물이라 했더니...소원이시라면 ㅎㅎ
토요일 며느리가 내려 오며 연안부두에 들러 대게를 쪄가지고 왔는데
도착해서까지도 따끈했다.
점심은 커다란 쟁반에 대게를 쌓아 놓고 품위고 뭐고 마구 뜯어 먹는 것으로 대신하고
물론 어울리는 술도 한 잔 곁들여서...
마무리로 먹고 남은 대게를 넣어 아들내미가 끓여 준 라면으로 끝.
남편 차에 있던 내비가 고장이 나서 티맵을 쓰려고 하니 거치대가 필요한 터라
핑계김에 사라했더니 아들이 가져와서 남편과 내 차에 설치해 주었고
싱크 수전도 딸이 사 보낸 것을 아들이 와서 기존의 것을 뜯어 내고
다시 달아 주었다.
이즈음 유행이라는 거위목 수전으로,
떼어 낸 수전이 달려 있을때는 모르겠더니 낡고 촌스럽기는 하다
그거 하나 교체했다고 부엌이 훤해졌다.
남편이나 내가 할 수도 있는 일이 었는데 아들찬스를 쓰게 되니 호강이다 싶었다
며느리는 선물이 너무 약소하다며 늘 사주던 화장품 셋트를 또 챙겨 사 왔더라.
다 쓸 만 하면 사주고 해서 나는 스스로 화장품을 살 일이 없네...
바다 같지만 예당저수지다
오후에 아이들이랑 사전 투표를 하고 나서도 저녁 먹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아
모처럼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 모두 타고 드라이브 삼아 유구에서 예당 저수지까지 한바퀴 돌았다.
돌아 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저녁은 딸이 사 주어서 잘 먹고...
이번 생일은 엄마 생일이니 편히 쉬라고 집에서는 일요일 아침만 먹었다.
그렇지만 한 일도 없는데 애들 가고 나니 기운 빠져서 오늘도 늘어져 있었다.
이렇게 나는 나이를 한 살 더 보태고
점점 아이들이 하는 대로 따라 가는 날이 되어 가고 있다.
케잌에 초는 여섯 개 이상을 꽂지 않는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