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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하필 이런 날,

by 풀 한 포기 2022. 2. 16.

한동안 날도 좋고 기온도 높아 길도 얼지 않고 좋았는데

엊그제 부터 눈이 내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세차게 눈보라 휘몰아 치고 있다

그런데

하필 시보조금이 있는 유기질 비료(봉지퇴비)를 오늘 마을에 풀러 왔단다.

 

아침 일찍 이장이 스마트방송도 하고 문자도 오고 

땅이 녹기 전에 갖다 줘야 밭이 질어지기 전에 거름을 뿌린다고 

해마다 해동하기 전에 배달을 하는데

우리집은 길이 미끄러우면 지게차가 못올라 와서 아주 애를 먹는다

눈이 내리니 지게차로 배달이 안되지 싶어  우리차로 나누어 싣고 오려고

길의 눈을 밀어 놓았다. 

 

어떤 해에는 중간에 풀어 놓고 가면 그거 가져오느라 보통 애를 먹는게 아니다.

 

올해에도 주문량의 절반 밖에 차례가 안온단다

그나마 이장이 마음을 써서 재량으로 한 파레트라도 채워 준다한다.

우리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마을에 농민자격이 안되어서 주문을 못하는 집과

나누려고 넉넉하게 주문했는데 올해도 역시 주문량만큼 받지를 못하게 되었다

보조금이 있어 조금 싸게 살 수 있으니 편리를 봐 주면 좋은데...

 

서둘러 남편이 마을로 내려가 두번에 나누어 싣고 오려 했더니 

마침 사륜 트럭이 따라 온게 있어서 그 차로 한번에 실어 왔다.

길만 좋으면 지게차가 한번에 실어다 놓으면 피차에 편했을 일을...

 

퇴비회사와 상관없는 마을에 사는 `준구형님`이  따라 올라 와서

함께 퇴비를 내려 쌓아 주고 갔다.

그저 착한 사람이라서 온마을 사람이 그냥 `준구형`이라고 부른다

본인 이름이 아니고 동생의 형으로만 불리우는 사람...

덕분에 남편이 덜 힘들이고 퇴비를 받을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죄 한마디씩 하기를

`지*하고 좋은 날 다 놔두고 하필 눈 오고 추운 날 퇴비를 가지고 왔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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