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계절도 삼월이고 한낮은 제법 포근하기까지 하니
남편도 지루한 겨울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불사르며
오랫동안 푸욱 쉬고 있는 경운기를 꺼내 쟁기를 달아
밭을 갈아 보겠다 한다
자난해에는 그냥 관리기로 로터리를 치고 뭘 심고 그랬는데
올해는 쟁기로 조금 깊게 갈아 보겠다고...
나는 농사라고 하기에는 좀 뭣한 우리 수준에 그리 힘 들일 거 없다 싶어
말려 보았지만 하고 싶다는데야..
밭에는 이미 부러 기른 것처럼 풀이 새파랗다
겨울을 나고도 쟤네들은 어찌 저리 멀쩡한지...
사실 풀 무서워 조금 일찍 밭을 갈아 엎는 중이다
쟁기로 한번 갈아 엎고 퇴비를 뿌린 후 관리기로 로터리를 칠 예정.
3월 말쯤 감자를 심는 것으로 올해의 농사가 시작이다
더 먼저 완두콩을 심어야 겠지만
마을에 농사를 많이 짓는 분들은 이미 완두콩을 다 심었다고 빨리 심으라고 하더라만,
아직도 당췌 뭘 언제 심는지 자꾸 헷갈린다.
또 이렇게 봄이 오고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늘 하던대로 그렇게 또 시작을 하지만
해가 더 할수록 농사는 더 힘들어지고 뭘 어떻게 얼마나 줄여야 하나 그도 걱정이다
남들 보다 약하게 타고난 관절은 누가 보면 평생 농사를 한 사람들보다
더 거칠고 굵어 지고 때로는 아프기까지 한 상태라서
사실 농사가 내 체질은 아니듯 싶기는 하지만
그래서 농사 짓던 밭을 야금 야금 꽃밭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렇다고 일이 줄어 드는 것은 절대 아니더라구,
어쨋든 남편이 밭에 쟁기질을 시작했으므로
군말없이 또 열심히 한해의 농사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