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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쓸데없이 잘 맞는 일기예보

by 풀 한 포기 2021. 9. 29.

농사에는 아무 도움 안 되는 가을비

반가워 하는 이 하나도 없건만 추적거리며 잘도 내린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잘 안맞던 일기예보가 어찌 이리 잘 맞는지...

바깥에 내 널었던 땅콩 마무리도 곰팡이 피게 생겨서 할 수 없이 건조기에서 마무리를 했다,

 

꽃차 말리던 것과 밖에 내 널었던 빨래는 마침 군불을 넣은 구들방으로 들어 가고...

오전에 뜨끈한 아랫목이 해롭지 않아 한바탕 뒹굴다 나왔다^^

좀 있으면 산골에는 보일러를 돌려야 되겠지...

일년에 삼 개월 빼고는 어쨋든 불을 때야 살 수 있다..

으름이 마구 벌어지고 있다

이것으로 발효액도 만들고 술도 담는다던데

나는 그냥  먹어 볼 요량으로 잘 익은 것을 몇 개 땄다.

과육보다 씨가 더 많이 들어 있는... 뭐라고 딱히 표현 할 말이 없는 그런 맛이다.

포도도 씨앗째 먹는 습관의 나는 그저 우물 우물 꿀꺽 삼키지만 

남편은 질색이다..절대로 안 먹는다. ㅎㅎ

하루가 다르게 익어 이제는 그냥 두어도 절로 떨어지게 생겼다.

우물가에 파고라 삼아 덩굴을 올렸는데 이제는 너무 엉겨서 하늘이 안 보인다.

 

엊그제 친한 동생네를 불러 깻잎도 따고 밤도 줍고 고구마 순도 따는 

말하자면 가을 걷이 행사를 했는데

동생이 오면서 두부를 만들어 왔다.

금방 만들어서 물도 채 안 빠졌다고 함지 째 들고 왔더라..

집에서 자주 두부를 만들어 먹다 보니 이제는 선수가 되어서 부부가 손 맞춰 아주 잘 한다

 

모처럼 집으로 왔으니 술 한잔 마시자고 사부님도 청해서

핸드 메이드 양장피 한 쟁반 만들고 두부를 가져 왔으니 급하게 묵은지 볶아서 두부김치

집에서 해먹기 귀찮은 해파리 냉채도 대접 삼아 한접시

추석 끝이라고 고기도 사왔는데 먹다 보니 된장 찌개에 마무리로 딱 밥 한 술씩 먹고

결국 고기는 굽지도 못했다.

문제는 두부가 너무 고소하고 맛이 있어 넘치게 먹었기 때문...

나는 두부 잘 만드는 동생 옆댕이에 있다 보니 가끔 아주 잘 얻어 먹는다

그날 먹고도 남은 두부가 많아 이렇게 또 두부김치를 만들어 먹었다는,

 

남편은 사람 사는 게 이래야지 그러면서 모처럼 모여 한때를 보낸 것을 아주 흐믓해 했다.

다섯이 모두 백신 2차 접종도 했고 맘 편한 이들이 모였으니 나도 좋았다.

 

어제도 우리 남편 동생 남편 둘이서 낚시를 삽교천으로 다녀 왔다

나는 기꺼이 김밥을 싸서 아이 소풍 보내듯이 하고..

동생하고 나는 남편들이 없는 틈에 밖에서 만나 오붓하게 둘이서만 점심을 먹고

저녁때 돌아 온 남편에게 

넓은 황금벌판 잘 보고 왔느냐고 물었더니 벌써 벼를 벤 곳이 많더라고 한다.

 

오후에는 우체국 택배로 먼곳에서 꽃 선물이 와서

아침 일찍 미리 마련해 두었던 흙으로 화분에 심었다,

심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져서 그 비 맞으면 살음하는데 도움이 되지 싶어 비를 맞게 했다.

아침에 보니 아주 꽂꽂하게 힘을 내고 잘 살아 있다.

 

밖에 비도 오고 조금 쓸쓸해 보여

우유라도 한 모금 먹이려고 안에 들인 애기 고양이가

나가지 않고 미레에게 기대어 있다.

미레도 새끼를 키워 본 경험도 없고 어떻게 보듬어 주나 방법을 모르니 

그저 곁을 내어 주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있다.

살려고 저도 몹시 애를 쓰니 곧 힘을 내겠지 싶다.

 

밖은 추적거리며 가을비가 내리지만 둘이 기대어 나누는 온기로 그저 힘을 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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