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그중 마음을 쓰고 있는 애기 고양이다.
지난 번에 보리가 남겨 두고 간 새끼 네 마리 중 한 녀석인데
다른 형제들은 이미 다 자라 거의 어른 고양이가 되었는데
이 아이는 어느날 너구리나 오소리 그런 짐승에게 물렸는지 뒷 목덜미에 상처가 크게 났었다.
애시당초 사람하고 멀리 있어서 가까이 오지도 않고
보기만해도 달아나 버리던 녀석이라 어떻게 해 줄 수도 없었는데
어느 날 힘이 너무 빠졌는지 맥없이 있어서 억지로 잡아 약을 발라 주고 했더니
겉의 상처는 깊었지만 다행히 별탈없이 치료가 되었다.
상처만 나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때 물리면서 성대와 식도도 다쳤는지 울음 소리도 못내고 잘 먹지를 못한다
그나마 살려고 했는지 내 손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제는 현관문만 열며 쪼르르 들어 오기까지 해서
입구에 밥그릇 하나를 따로 마련해 놓았다.
다른 애들이랑 함께 먹으면 경쟁에 져서 늘 굶고 있고
무슨 문제인지 잘 삼키지를 못하고 더러는 토하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 차레 나누어 안에서 따로 먹을 것을 챙기는데 딱딱한 사료는 한 두개 먹을까 그래서
우유도 먹이고 고기를 갈아서 생으로도 주고 한번씩은 익혀서 주기도 한다
추석전에만 해도 곧 가버릴 거 깉아서 반은 체념하고 할 수 있는데까지 한다 그랬는데
요 며칠 사이 아주 좋아졌다.
먹는 것이야 아직 소량이지만 힘도 붙고 안에 들어 와 미레랑 친근하게 조금 있기도하고
보리 생각을 해서 어떻게든 살게 해주고 싶은 내 맘을 아는지...
거의 뼈만 남고 꼬질거려서 손을 댈 수도 없었는데
이만하면 한고비 넘겼다 싶기도 하다
짐승도 뭔가 마음이 쓰이는게 있는지 멀리서 사람만 보면 달아 나던 녀석이
내 손길을 순하게 받아 들이게 되었으니
아마도 살 운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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