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가족

개구쟁이 춘배

by 풀 한 포기 2021. 9. 23.

봄에 우리 식구가 된 춘배

전에 머루가 살던 집을 정리하고 입주를 시켰는데

모냥은 좀 그래도 단열재를 넣은 이중벽돌집이다 

게다가 집옆으로 베란다에 마당까지 포장된 말하자면 부자 개집인데

머루가 있을때는 정갈(?)하게 유지 되어 별 문제를 못느꼈는데

힘이 넘치는 쪼까차우 장 춘배씨는 발끝이 닿은 부분이면 어디든지 파 제끼고 

흙을 끌어 올려 언제나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비라도 오는 날이면 흙이 묻은 발로 집안으로까지 드나들어서 

보다 못해 발로는 더 이상 흙은 파지 못하도록 돌을 둘러 주기로 했다.

 

집주변 계곡으로 돌이야 힘이 들어 그렇지 얼마든지 있으니

날 잡아 남편이 돌을 모아 올리고 있다

어지간한 돌은 다끌어 낼만큼 힘이 좋으니 

절대로 발의 힘으로 끌어 내지 못할 조금 큼직한 돌을 가져다 놓고 있다.

생각보다 돌이 많이 필요해서 큰 힘을 쓰게 생겼다..

 

언제나 아이디어는 내가 내고 몸쓰는 일은 남편이 하게 된다.

내가 데리고 들어 온 새끼도 아니건만 괜히 눈치가 보여 못 본체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ㅎㅎ

우리 눈에는 시원하고 깔끔하게 돌을 둘러쳐 놓았지만

이 녀석 뭔가 불만이 그득하다..

 

아직 어려 그런지 성격탓인지

집안에 깔아 준 이불도 다 끄집어 내어 쪼가리를 만들고

집 입구에 쳐진 커텐겸 문도 홀라당 뜯어 제꼈다.

아직까지야 괜찮지만 겨울에 북풍한설 몰아치면 어쩌려구...ㅉ

 

다 정리하고 비도 말끔하게 그치니 얼마나 좋으냐...ㅎㅎ

생긴 것은 그닥 품격있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좀 우아하게 살면 안되겠니?

 

오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하기를 

`이 집에 있던 개 중에서 인물은 그중 빠진다`고...ㅋㅋ

춘배 들을까봐 멀찌기 서서 아주 조그맣게 얘기한다.

그래도 날이 갈수록 인물은 좀 나아지고 있다..

아니면 우리가 익숙해진 것인가?

 

힘도 아주 천하장사라서 목줄도 몇번인가 끊어지고 

한번 산책 시키려면 남편이 운동 제대로 하게 된다.

맘 같아서야 제 맘대로 뛰어 다니게 하고 싶지만은....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는 짖지도 않으면서

고양이 그림자만 봐도 난리가 난다

이래 저래 목줄에 매여 지내야 되는 녀석이 참 안되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겁나 무서운 시에미  (0) 2022.02.28
남편의 칠순 생일  (0) 2022.01.09
엄마 마음  (0) 2021.07.29
새 식구 들어 오다  (0) 2021.04.22
설국이를 보내고  (0)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