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가까워지면 크게 할 일이 없다 해도 번거로울까 봐
남편을 위한 들깨강정을 만들었다.
들깨에 땅콩과 해바라기씨를 섞어서...
들깨와 땅콩은 농사를 지은 것이고 해바라기씨는 어디 여행지에서 산 것인데
그간 냉동실에서 잠자던 것.
조청에 설탕 한 스푼 섞어 끓이다가 따로따로 볶아 놓았던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주걱으로 섞어 재빨리 얇은 쟁반에 펴서 밀대로 꼭꼭 눌러가며 밀었다
조청이 조금 적게 들어간 듯 간신히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크게 달지 않아 오히려 잘되었다 싶다
어디 진상을 보낼 것도 아니고 크게 모양 따지게 안 생겨 이만하면 되었다 그러면서
통에 담아 두었다
남편이 가끔 입이 심심할 때 한 두 개씩 꺼내 맛보라고...
만들고 보니 양이 제법 되어서 설에 딸내미 오면 내어 주려고
다른 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까지 하였다.
본격 전업주부의 경력이 얼마 안 되다 보니 이런 일도 익숙하지가 않아 썩 맘에 들게 안된다
그렇지만 사다 먹는 강정은 너무 달기도 하고 비싸기도 해서
이렇게 만들어 보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도 붙고 할 만했다.
가마솥에는 사골을 끓이고 있다
한우 사골과 등뼈를 섞어 넉넉히 넣고 불을 지폈다.
고기도 많다 싶게 넣어 곰국으로도 먹고 설에 사골 떡국을 끓일 참이다
고기는 따로 건져져 얇게 썰어 놓았다
곰국에 소면 한 올 가리 삶아 넣고 고기를 얹고 계란지단과 대파를 듬뿍 넣어 먹으면
어디 유명하다는 설렁탕집의 그것보다 실속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꼭 한 번씩 끓여 아이들도 나누어 주고 하는데
비용적인 측면이나 힘이 들어 사 먹는 것이 낫다 싶어도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또 환경이 이렇게 할 수 있으니 일삼아하고 있다.
세 번까지 끓인 것을 섞어 식은 후에 웃거름을 한 번에 걷어 내면 정말 뽀얀 국이 된다.
세 번째 끓여낸 국물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냉면 육수를 만들면
담백하니 한겨울 별미 냉면을 먹을 수도 있고
조금 번거롭지만 2박 3일쯤 걸리는 이일을 하고 나면
한동안 푸짐한 먹거리도 생기고 아주 부자가 된듯하다
설에 다녀 가는 아이들에게 들려 보낼 생각에 그 번거로움 다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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