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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밥상

따로 또 같이

by 풀 한 포기 2021. 1. 11.

부부가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아도 입맛은 어쩌지 못하고 각자의 입맛대로 살고 있다.

나는 대~충 못먹는 것이 없고 남편은 보기와 다르게 은근 식성이 까다롭다.

 

처음 결혼을 하고 나니 시어머님께서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안드셔서

온갖 것에 모두 쇠고기만을 쓰고 있었는데 그래 그런지

남편도 따라서 입맛이 그랬다.

게다가 국수도 안 먹고, 국수먹으면 배가 아프다나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 안먹어서 무척 곤란했는데

몇년지나며 안되겠다 싶어 슬슬 상에 안올리던 것을 올리기도 하고

더러 남편이 뭐라 하면 `나랑 사는 동안은 해주는 대로 먹거나 불만 있으면 스스로 해먹으라`고

반강제로 그야말로 골고루 먹게 했는데 세월이 가다 보니

나를 따라서 국수도 좋아하고 최애음식이 닭볶음탕이 됐다던가

안먹던 돼지고기를 엄청 좋아하게 되었다는...

 

 

그렇지만 영 안바뀌는게 있는데

이게 뭐라고 나는 가끔 한번씩 햄버거라던가 피자, 파스타가 먹고 싶어지는데

남편은 절대로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리고 선짓국, 고추장떡을 비롯한 부침개류는 잘안먹고 먹어도 쪼끔 시늉만한다.

 

해서 아침에는 남편은 국이나 찌개가 있는 한식 밥상을

나는 고구마라던가, 삶은 계란, 사과에 두유 한 잔을 먹고

점심에는 국수나 만둣국 볶음밥 김밥 등등 한가지만해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것으로 하고

저녁은 하루중 그중 거하게 제대로 한식 밥상을 차려 함께 먹는다.

 

어제는  햄버거 생각이 나서 집에 있는 호밀식빵으로

햄버거와 샌드위치의 중간  말하자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런것을 만들어

남편은 그냥밥을 먹고 나는 우유 한 잔에 곁들여 한끼 해결했다.

남편은 그게 밥이 되냐고 딱하게 나를 보지만 `이 맛을  당신이 알겠수?`ㅎ

 

남편을 위해서는 봄에 데쳐서 냉동해 두었던

머위와 방풍나물을 꺼내 방풍나물은 들깻가루를 넣어 볶았고

머위는 된장과 고추장에 무쳤다.

 

이 나물들은 나도 좋아하니 물론 함께 먹지만...

그런데 머위는 봄에 금방 데쳤을때보다 물을 넣어 얼렸음에도 조금 질긴감이 있다

그래 그런지 남편은 그닥 ...아무튼 입맛 까다로운 남편과 사는 것은 어렵다.

 

이제는 세월이 지나 그저 그려려니 따로 혹은 같이 음식을 해먹는다

아무리 까다롭다해도 내가 해주지 않으면 못먹으니 별 수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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