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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누구의 터일까?

by 풀 한 포기 2021. 1. 14.

눈이 오자 드니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다가

한 이틀 기온이 올라가며 순식간에 녹아 버린다

 

눈이 쌓인 산 고랑 탱이에 있는 내집 근처에는 수시로 고라니가 출몰을 한다

집 뒤란으로 집 옆댕이로 ...

어제는 한 마리 그제는 세마리 오늘은 두 마리...

사람을 만나도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유유히 제갈길을 간다

 

사람 사는 집근처까지 내려 온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그게 아니고 쟤네들 터에 우리가 쳐들어 와서 집을 짓고 누질러 앉은거라는,

모처럼 제정신이 든것 같은 옳은 생각이 든다.

 

고라니 울음 소리는 처음 들을때 너무 놀랐다

사나운 여인네의 그악스런 악다구니 끝 외마디 소리 같다고나 할까

`우웩!!` `꾸웨엑!!`하는 외마디 소리에 깜짝 놀래서

고라니 는 왜 저렇게 더럽게 우냐고 했더니 남편이 그럼 어떻게 울어야 되냐고 되묻는다

어쨋든 저렇게 우는 것은 아닌거 같다고 생긴거는 순하게 생겨가지고

어떻게 저렇게 비명처럼 소리를 질러 대는것인지...참.

세월이 흘러도 그소리는 영 맘에 안든다.

 

눈이 녹고 나니 영하 20도까지 내렸갔던 그때를 잊은 것처럼

벌써 수선화 촉이 뾰족뾰족 올라와 있고

독일 붓꽃의 어린 순도 씩씩하게 겨울을 나고 있다.

 

처음 부터 나의 터전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내 터라 정하고 꽃도 심어 기르며

벌써 봄을 기다리고 있다.

누가 뭐래도 고라니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지금은 내가 주인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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