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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건망증

by 풀 한 포기 2020. 11. 24.

기어이 한가지는 빼먹었다

애들 준다고 간장게장 담아 래핑해서 지퍼백에 담고 냉동고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아주 길게 모셔 놓게 생겼다

챙길게 많아도 그렇지 제일 싸보내고 싶던 거였는데 그걸 까먹었다.

애들한테 미리 가져갈 것이 무엇 무엇 이라고 일러 놓기도 했었지만 

아무도 그걸 생각해 내지 못했다.

오호...애재라..

 

딸내미는 실컷 먹고 와서 괜찮으니 엄마드세요....그런다

나야 언제고 맘만 먹으며 한번 더 담그면 되는데 안타까워라

자주 오기는 하지만 집에 가서 편하게 빨리 먹으라고 하고 싶었는데,

 

건망증하면 얘도 한 몫하고 있다

가을 다음에 겨울인 것을 잊은게지...

깜박 봄인 줄 알았는지 한 두 송이도 아니고 아주 본격적으로 피고 있다.

설국이 녀석 산책 시키러 나갔다가 길섶 개나리가 이렇게 핀 걸 보게 되었다

사람만 건망증이 있는게 아니라는...

 

그래도 이것은 안 잊어 먹고 애들 해먹였다.

이름하여 `도리뱅뱅이`

지난 가을에 중태기 잡아 도리뱅뱅이며 어죽을 끓여 먹었다는 얘기 끝에 

애들의 `맛있겠다아~~` 그말 한마디에

남편이 그날로 어항을 네개 사서 햇살 좋은날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을 찾아 가서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건져 올려 와서 손질해서 냉동에 두었었다.

가까운 문금리 골짜기하고 송악 어디 골짜기 두군데를 돌아 다니며 잡았지만

계절이 계절인지라 간신히 한번 해먹을 만큼,

 

이렇게 프라이팬에 뱅뱅 돌려 담는다해서 속칭 도리뱅뱅이다

원래 피래미로 해먹던 거였는데 이 중태기로도 해 먹는다.

우선 이렇게 가지런하게 깔고 식용유를 넉넉히 부어 뚜껑을 덮고 튀기듯이 익힌다음

양념장을 발라 살짝 한번 더 익히면 되는데 하나씩 똑똑 떼어 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애들 오기전에 미리  해동해 놓았다가 금방해서 소주 한 잔씩 곁들이며 먹으니

아무데서나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지 별미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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