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자발적 이사

by 풀 한 포기 2020. 12. 2.

지난 여름 머루를 보내고 한동안 마음이 안좋았는데

집 초입에 지어줬던 머루의 집이 머루를 안에 들여와 지내고 부터 내내 비어 있었으니

그 기간이 거의 2년 가까이 되었다

이동식 이었으면 들어내어 치웠어야 하는데 단열재를 넣어

벽돌을 쌓아 이중으로 튼튼하게 지어준 것이라서 내내 비워 두기도 그렇고 

지난 가을 그 집을 청소하고 다시 손 보아서 설국이를 들이기로 했다.

다행히 설국이도 그집이 맘에 들었는지,

아니면 이제 우리집 1호 지킴이가 됐다는 책임감을 눈치챘는지 잘 들어가고 

편안하게 적응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설국이랑 집을 마주 보며 있던 미레가 제집을 거부하고 대문안에

고양이들의 셰어하우스격인 곳으로 이사를 들어왔다.

평소에는 고양이들도 안들어 가고 비어 있었지만

혹 겨울이 되어 추워지면 쓸모가 있을까하고 그냥 그곳에 붙박이처럼 있었는데

어느날 부터 미레가 자진해서 그곳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개들도 제가 살 집을 알아서 정하기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설국이도 없으니 제집이 쓸쓸해서 들어가기 싫었던 모양.

낮동안은 내내 줄에 묶여 있지 않으니 자유롭게 돌아 다니다가 저녁이면 이곳에 들어 오니

할 수 없이 먼저 집에 있던 전기 패널을 떼어내서 이곳에 설치를 해주었다.

 

문제는 날씨가 추워지며 고양이들도 대문안으로 들어 와서 신발장위 박스에 모여 지내고

또 몇녀석은 미레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는 것.

평소에도 친하니 같이 지내도 되겠다 싶었는데 무슨 생각인지

고양이가 먼저 집에 들어가 있으면 밖으로 나가 노숙을 감행했다.

 

보다 못해 미레를 저녁에는 줄을 묶어 밖에 못나가게 하고

그 옆으로 허술하지만 박스 하나  고양이용으로 놓아 주었다.

그랬더니 영리하기도 하지 미레집으로 들어가던 어린 고양이 세마리가 

알아서 박스에서 모여 함께 잠을 자고 있다.

 

우선은 저렇게 지내며 이번 겨울을 나게해야하지 않나 그러고 있다

고양이들 집은 밖에 여기 저기 추우면 들어가 바람이라도 피하라고 해놓았는데

더러는  들어 가기도 하고 어디서 지내는지 모를 경우도 있다

 

설국이 살던 집을 고양이들이 들어가 겨울을 나라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더니 

어미고양이 한 마리가 새끼를 데리고 둥지를 튼 듯도 하고,

 

신통하게 스스로 이사를 한 미레나 나머지 고양이들도 무사히 추운 겨울을 잘 나기를 바라고 있다.

 

 

 

 

 

 

 

'일상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우리는 자알 놀고 있다  (0) 2020.12.11
첫눈이 내리던 날  (0) 2020.12.07
한가한 겨울 초입  (0) 2020.11.28
건망증  (0) 2020.11.24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0) 202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