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일상의 부스러기

가을날의 풍경들

by 풀 한 포기 2020. 10. 30.

아직 된서리는 안내렸지만

무서리는 간간히 내렸으니 감을 따기로 했다.

여름내 비가 내린탓에 올해도 감은 얼마 안열렸지만 아니 열렸다가 다 떨어졌다.

나무꼭대기 부분에 용케 남아 익은게 있으니 그거라도 따보자 남편이 나무에 올라

긴 감따개로 감을 따고 있다

 

감나무가 키도 크고 감은 꼭대기만 몇개 있고, 결국 긴 톱으로 가지를 잘라 내면서 따야했다

어차피 감나무가 키가 크면 딸 수도 없으니 전지 하는셈치고 그리했는데

감나무에게 무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월하감인데 올해는 정말 되는게 하나도 없는지 크기도 작고 양도 얼마 안된다.

그래도 세나무에서 딴게 한 350개 쯤...

시누이네랑 남편친구네 한접씩 보내고 나머지는 우리 것.

감을 먹는 사람은 우리집에 나하나 뿐이니 충분하다 ^^

 

좀 단단한것으로 깎아 곶감을 매달았다

이것으로 가을 풍경이 완성된 기분...ㅎㅎ

 

나중에 홍시가 되면 먹으려고 나머지는 상자에 담아 두고

아직 대봉감하고 반시를 딸 것이 있는데 다합치면 그것만도 한접은되지 싶다.

우리집에서 딴 세가지 감을 골고루 조금씩 담아 한집만 더 나누면 마음으로 정한 감나눔은 끝!

감이 풍년이면 정말 주고 싶은곳 다 주어도 되는데 요근래에는 감이 영 션찮다.

 

 

들깨를 털어 검부레기를 바람에 날리고 있다

작년 보다 많이 심어 양은 많은데 날씨탓에 얼마나 잘 영글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기름을 짜봐야 그 속을 알겠다.

아직 들기름이 남아 있어서 내년 봄에나 짤생각이다

궁금해도 그때까지는 참아야지 별 수 없다. ㅋ

 

더구나 기멕힌 속사정은 이렇다

남들은 들깨에도 약을 친다더만 굳세게 약을 안하는 우리집 들깨는 벌레소굴이더라.

이것을 일일이 잡아 내어 다른 그릇에 모아 닭에게 특식으로 제공하니

알도 안낳는 닭들이 이게 웬횡재냐 하며 우르르 달려 든다..

 

열심히 일 한 남편 점심에는 토란들깨탕을 끓여 주었는데

이것은 알토란이 아니고 뿌리 본둥치를 다듬은 것.

뿌리가 워낙 커서 깎아 놓아도 한개가 어른 두주먹 합친 것만하더라

적당하게 썰어 소금물이나 쌀뜨물에 데쳤다가 뜰깨 넣고 끓이니 정작 알토란보다 파근한 것이 더 맛이 난다.

토란탕 별로 안좋아하는 남편도 먹을만 하다...며 한그릇 뚝딱.

 

저녁에는 뜨끈한 국이 생각나서 육개장을 한 솥 끓였다

고기나물이라고도 한다는 눈개승마 말려 두었던것을 삶아 물에 담갔다가 함께 넣고 끓였다.

늘 고사리나 토란대만 넣고 끓였었는데 올 봄에 눈개승마를 따서 갈무리해둔 것이 있어서

한번 넣어 봤는데  특별히 더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지간히 먹을 만 했다.

눈개승마는 묵나물로 먹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알겠더라

봄에 어린순을 데쳐 초고추장에도 먹어 봤는데 그리 대단한 맛은 아니고

두릅이나 오가피순 그런 것 먹는것처럼 그 정도...보다 덜 맛있었다.

 

요즘 남편이 매일 일을 하는데 큰일 중에 이제 콩타작이 남아있다

일도 더러는 함께하지만 오롯이 그 사람만 할게 있으니 나는 그저 밥상이라도

입에 맞게 차려 주려 노력 중이다.

 

 

 

'일상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0) 2020.11.09
번갯불에 콩 구워 먹었다.  (0) 2020.11.03
오랫만에 아이들 집에 다녀 왔다.  (0) 2020.10.25
천렵  (0) 2020.10.12
나에게 한 선물  (0)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