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이라고..꽃을 시새움하는 추위라고 값을 톡톡히 했다
목련은 어차피 며칠만 반짝 이쁜데 그 며칠도 안봐 주고 이렇게 남루해졌다.
목련 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반짝 시린 추위에 목련은 속절없었지만
강인한 명자 이리 굳세게 피었다.
친정어머니 생전에 키우시던것을 내게 주셨는데 처음에 올때부터 덩어리진 뿌리여서
어찌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심어 그 위에 세월까지 얹어 지니
줄기가 너무 빼곡해서 꽃들이 서로 얼굴을 보이고 싶어 안달을 내는것 같다.
가시가 달린 재래종이어서 전지도 힘들다
강제로 다이어트시키는 것처럼 빙둘러 밑둥치를 잘라 내고
주변을 파서 뿌리를 덜어 내보려 별짓을 다해봐도 별무신통이다
자른 가지에서 멋대가리 없이 곧은 새가지만 나와서
어쨋든 일삼아 덩치를 불리지 못하게 자주 잘라 주고만 있다.
꽃은 이뻐서 삽목이라도 해서 다른곳에 심고 싶어도 삽목도 잘 안된다.
옆에서 파서 가지하나라도 떼어내려해도 어찌 완강한지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집은 산자락에 있어서 마을 보다도 평균기온이 떨어진다
그만큼 꽃도 늦게 피어 이제야 수선화가 제대로 피었다.
늦도록 보는 재미도 있지만 어디 어디 꽃이 폈다하면 괜히 빨리보고 싶어 안달을 하게된다
그 꽃 어디 안가는거 다 알면서도 ㅎㅎㅎ
한낮엔 다시 따뜻해지니 손님이 찾아 왔다
나중에는 여기 저기 초록의 애벌레들이 생겨나 하나도 안반갑겠지만
일단 지금은 너 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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