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시려나 ...하늘은 낮게 드리우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다
뭔 큰일이나 하는것처럼 아침 밥상을 물리자마자
호미 한 자루에 엉덩이 방석을 들고 밭으로 나섰다
온통 시퍼런 밭..지금 있어야 할 풍경은 아니다.
여기 저기 온통 풀천지 목표로 정한 밭으로 가는 길목에 발이 묶여
영 엉뚱한 곳의 풀을 누질러 앉아 뽑고 그것도 모자라 그냥 뽑아버리기는 아까운
절로 난 끈끈이 대나물 몇 포기 자리옮겨 묻어 주고
오전 내내 내가 뭐했나 하나도 표도 않나는 일만 하고 들어 왔다.
밭가에 있는 산수유 한 그루 때를 알고 꽃이피었다.
호밋자루 내던지고 반가워 카메라를 들이댄다
뭐 꼭 작정하고 하는 일도 아닐뿐더러 그리고 이쁜것을 옆에 두고
아는 척도 안하고 일만 한대서야 뭔 재미?
산수유 피었으니 산에는 생강나무꽃이 피었겠다
궁금하니 좀 이따 산에 어슬렁거리며 올라가 볼까싶다.
아직 딱히 할 일도 없어 심심파적 삼아 때아닌 김매기를 하는데
중구난방 꽃밭도 끄적 거리다가 딸기밭도 매주고
그러다가 빈 곳에 딸기 어린 포기 하나씩 옮겨 심고
종일을 호밋자루 하나 요술방망이처럼 휘두르고 다닌다
아침 일찍 사부님이 물을 뜨러 오셨다
우리집 우물물이 좋다고
사시는 곳의 물은 일상용수로만 쓰고 식수는 늘 떠다 드시는데
사연인즉 모르고 이사가셨는데 알고보니 그곳에 옛날에 은광산이 있던곳이라서
수질검사상 별이상은 없지만 께름직해서 못드시겠단다
사실 그 동네에 유독 암환자도 많고 역학조사는 안했지만
몇년전에는 주변에 사는 주민들 폐질환검사를 대대적으로 한 적도 있다
공기좋고 편히 살려고 시골살이를 하는데 환경이 보이지 않게 그래서
마음 고생을 좀 하신다.
오시는 길에 요즘 한창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마스크를 가져다 주셨다
우리성격상 줄서서 사러다니질 않을걸 아시고
전에 황사용 마스크라고 선물 받은게 있다고 그러시면서
이래 저래 그야말로 덕분에 살고 있다
세상 아무리 어수선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