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담으려던 고추장을 가을 끝자락에야 겨우 담았다
봄보다는 가을고추장이 간수하기 좋다하기도하고,
아직 고추장이 넉넉해서 그리서두르지 않았다
이번 가을은 날씨가 사람을 자꾸 불안하게 일찍 춥기도하고
때아니게 연일 비가 내리며 천둥에 번개까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아직 털지 못한 들깨도 있고
콩도 털만큼 마르려면 멀었고
뭐래도 한가지 매듭짓는 차원에서 고추장.
매년 보리 한고랑을 심어 엿질금을 길러 먹는다
잘하는지 어쩌는지 어디 검사를 안받으니 알 수 없지만
그냥 내맘대로 길러 믹서의 분쇄기능에 드르륵 갈아 쓴다
보리고추장이 구수하고 맛나다고해서
이번에는 보리쌀을 미리 불려 밥을 지어 엿질금 뜸뿍넣어 밥통에서 삭혔다
그리고 헌 전기밥솥으로 엿도 조금 고아 넣었고...
지난해 만들었던 메주 한덩이 남겨 잘게 부수어 믹서에 곱게 갈아 쓰고,
고춧가루도 물론 농사지은거
봄에 담으려고 지난해 미리 빻아 보관중이던것을 썼으니
그야말로 푸드마일리지 0km
재료부터 집에서 장만해서 하려니
1박 2일의 대장정.
해놓고 나니 뭐 별거 아니구만 어찌 이리 손이 많이 가는지...
어림짐작으로 미리 항아리 세개 골라 씻어
끓는 물로 소독하고 햇볕에 말렸더니
마침맞게 딱 세항아리 가득.
음식이 단것을 싫어해서
찌개용으로 적합한 단맛이 거의 없게 담은 고추장은 넉넉히 있어서
이번에는 엿질금도 넉넉히 넣고
엿도 고아 넣고 만들어 무침이나 그냥 먹기에 괜찮게 단맛이 좀 있게 담았다.
고추장에 단맛이 없으니 볶음이나 무침에 설탕을 넣게 되어
아예 감칠맛있게 좀 달달하게 담은것.
장독대에 내놓기전에
웃소금을 솔솔뿌렸더니 눈이 내린듯,
이렇게 담으면 며느리 좀 나누어 주고해도
아마 내년한해는 건너 뛰어도 될것 같다.
한번 애를 쓰면 한동안은 잊어먹고 지내도 되니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말 할 수는 없겠다.
해잘드는 장독대 앞쪽으로 나란히 내놓고 나니
아주 큰일을 한듯 보람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