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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밥상

김장 기억

by 풀 한 포기 2016. 11. 24.




지난 주 남들다하는 김장

나도 날을 잡아 대역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주말에 내려 온다하니 미리 김장을 해놓으려고 목요일부터 시작을 했다

같이 해도 좋지만 해놓으면 한갓지고 애들이랑 맘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어

늘 이곳에 있으니 미리 하는것이

하나도 버겁게 느껴지지 않아서 서둘렀다


남편은 아침 일찍 서실에 나가고

아무 참견없이 내맘대로 일을 벌일 수 있으니 때는 이때다.

우선 배추, 무를 뽑아 놓고

갓이며 쪽파도 뽑아 다듬고 남편이 돌아 오면

우물가로 날라다 달래려고 했으나

언제 기다려...요즘 힘쓸일도 별로 없으니 까짓거.


외발 수레에 대여섯번을 실어

조금 경사진길을 힘껏 밀어 올려 우물까지 옮기니 힘이 쭈욱 빠졌다

내가 생각해도 좀 극성이다.

천천히 해도 되는데....


잠시 쉬는 사이

무에서 떼어낸 시래기를 엮었다.

구경해 본 솜씨로,

이렇게 해서 걸어 놓으니 옛날 생각도 나고 참 재미지다.


그날따라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안돌아와서

내친김에 혼자서 배추를 절였다

남편에게 오늘 김장을 시작할거라는 말을 안했으니

늦게 온다 탓할 수도 없고....


배추 절여 놓고

늙은 호박을 썰어서 죽을 쑤고 있다

배추속 양념 만들때 찹쌀풀도 넣지만 호박죽을 넣으니 단맛도 있고

김치맛도 구수해지고 ...

늙은 호박을 특별히 쓸일도 없는데 이렇게 해보니 좋아 해마다 호박죽을 쑤어 넣는다


다음날

절여진 배추를 씻어 놓고 물빠지는 사이

마침 유구장이어서 수육할 고기도 사고 굴도 사고 이것 저것 장을 보고

돌아와 배추를 버무리려니 밤에나 온다던 비가 일찍 내리는 바람에

밖에서 하려던 것을 안으로 들이고

정신없이 해치웠다.

그러느라고 이 후의 사진은 읎다 ㅎㅎ

그러나 남들과 다름없는 모양새의 김치이니 아쉬울것도 없고

금요일 말끔하게 김장 끝내고 아이들것은 커다란 스테인리스통에 한꺼번에 담아두었다가

토요일 김치통을 가지고 내려온 것을 받아 담아 주었다

며느리는 묵은지도 필요하다해서 한통을 따로 보내 주고


올해에는 내가 이곳에 있으니 동치미를 미리 담아 먹었더니

입에 맞았는지 담아달라해서 통하나에 빨리 익혀 먹을 수 있게 담아 보냈다.


그리고 해마다 마음 나누듯이 김장김치를 조금 나누는 친구에게도

택배로 부쳐주고 나니 숙제를 끝낸듯 아주 홀가분하다


늘 담던 습관대로 담지만

해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듯한것은 어떻게 숙성이 되느냐의 문제 인것 같다

며칠전에 두고 먹을것은 미리 김치냉장고에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오늘 거의 숙성된 김치를 저장했다

아무래도 조금 일찍 먹을 것이라 좀 더 익혀서 넣었다


올해는

평생 처음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고 싶을때 천천히 김장을 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힘들지만 하나도 힘이 안들게 느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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