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 왔었던가..?
여린 초록은 간데 없고 녹음방초 우거진 숲뿐이다.
찰라처럼 왔다 가버리는 봄.
골짜기 한낮은 이미 여름의 문턱이다.
꽃밭과 풀밭의 경계도 무너지고
호미 한 자루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돼
남편이 하는 수 없이 낫으로 풀을 쓰러뜨리고
덕분에 혹 벌레라도 얻어 먹을까 닭들이 풀더미를 헤집고 다닌다.
이제야 만개한 대왕철죽위로
제비나비 한 마리 날아 들었다.
진홍의 꽃빛깔에 홀린건지..
올해는 병꽃나무도 제법 많은 꽃을 달고
가는 봄날을 따라 가고 있다.
매화꽃은 제대로 못보았지만
이렇게 열매는 처음부터 실컷 보게 되었다.
아직 새끼손톱 만큼 자랐지만
비와 바람과 햇볕 한줄기만으로 금세 자랄것이다.
한 송이 모란.
꽃이 비슷한 작약은 아직 봉오리를 만들고 있는 중.
무더기로 피면
나는 이 모란 보다 오히려 작약이 더 이쁘다.
김장하고 남은 갓이 장다리를 올려 꽃을 피웠다.
꽃을 보고 나중에 그 씨앗이 떨어져 절로 갓이 나도록
내버려 둘 참이다.
게으른 농부이기도하고
보기 좋은 꽃밭으로도 손색이 없으니...
올 봄은 유난히 일도 많고
봄을 즐길 여유도 찾지 못하는 사이
내맘은 아랑곳 않고
봄날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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