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내려간 골짜기에는
할미꽃이 수줍게 피어 있었다.
날씨탓인지 제대로 꽃대도 못 키우고 짤막한 키에
꽃을 달고 있다.
솜털 보송보송.
해마다 몇포기씩 세를 불리며
골짜기 야생화밭 한귀퉁이에서 피고지는 어여쁜 꽃
다른 꽃들은 이제 겨우 새순을 내밀준비중이지만
제일 먼저 이리 탐스럽게 꽃을 피워
봄이 분명히 온 것을 내게 일깨움인가....
장하다.
내생각으로는
아마도 저 솜털이 찬바람을 막아
꽃을 피울만하게 한것이 아닐까?
주말에 잠깐 들여다 보려니
허둥지둥 꽃밭에난 풀들을 정리하고
작년에 있었던 그자리에서
다시 돋아날 새순들을 이것 저것 살펴보기만 하고
새로운 씨앗을 아무것도 뿌리지 못하고 올라 왔다.
그러나.
늘 그자리에서 이렇게 피어나는 할미꽃처럼
아마도
초롱꽃이거나 금낭화거나
또는 메발톱들이 머잖아 골짜기를 황홀하게 만들것임을 나는 안다.
나는 그저
가능하다면 더 자주 골짜기에 내려가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