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짐승의 울음으로
밤새워 내리는 날.
골짜기에 너를 두고
돌아서는 내 가슴에도 그 울음 닮은
천둥소리가 가득했다.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그 한자락
네곁에 남기고 왔다.
이젠 어디서든 서둘러 집에 오지 않아도 되고
집에 오자마자 네가 한 저지레를 치우러
동분서주 할 일도 없고
앞이 보이지 않는 네가 걸려 다칠까
물건 하나도 아무데나 놓을 수 없고
제 있던 자리 함부로 옮기지도 못하는 그런일도 없어졌다.
이젠 네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이발기계를 들이대며 털을 깍이는 일도
마귀발톱이라고 놀려대며 커다란 발톱깍이로 발톱을 잘라주는 일도
비누거품에 목욕을 시키고 뜨거운 드라이를 들이대는 일도
다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해졌는지...
그러고 보니 네가 싫어 하던 짓만 골라서 한게 바로 나로구나
큰일 앞둔 내가 너로해서 번거로울걸 알았는지
오래 아프지 않고
그렇게 느닺없이.....
먼 시골에 있는 아빠가 오시는 동안도 잘기다리고
형아나 누나의 퇴근시간까지 기다려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참 기특도 하지.
우리에게 와 가족으로 산지 십년
아직은 아닐 줄 알았는데 이별이 이렇게 빨리 왔다.
늘 이불속을 파고들던 너.
가는 그곳에서도 춥지 말라고 옷이며 이불
그리고 네가 누구인지 모두 알아 보라고 이름표.
그리고 우리가 같이 못 놀아줄테니 네가 좋아하던 장난감
함께보냈다.
다음에
다음생에도 우리 다시 가족으로 만나자
그때는 더오래 오래 함께 살자...
미안하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너를 보낸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하다
안녕
.
.
니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