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삼성동에 있는
더 베일리 하우스에서 친구 딸내미 결혼식이 있었다
진작에 혼기에 도달/지나고 있는 자식을 둔 처지로 참 부러운 그런 날이 었다.
요즘 젊은이들 답게 티없이 밝게 자란 밝은 모습의 신랑.신부도 보기 좋았고
그를 흐믓하게 지켜보는 양가 부모들의 모습에 나를 자꾸 대입 시켜 보기도 하고....
핑곗김에
동창회처럼 친구들 얼굴도 보고,
늘 카메라 뒤에만 있어서 사진이 없는 나는
마침 다른 친구가 찍은 사진이 있어서 옮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