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연으로 돌아 가는 길목
골짜기 풍경

겨울나기

by 풀 한 포기 2009. 12. 28.

 

 

 

골짜기의 겨울은

완전한 동면(冬眠)상태다.

도시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춥고

그저 견뎌야만하는 무슨 혹한기 훈련 같다.

주말에만 드나들던 그때는 겨울에는 당연히(?) 갈 일이 없어서

이렇게 까지 황량스러울지 몰랐다.

겨울엔 집으로 올라와 있으라고 권해도 울서방 무슨 고집인지

버티기로 일관하는지라

벌서는 것처럼 나도 덩달아 꽁꽁언 골짜기를 주말마다 내려가야 하니....

 

지난 성탄연휴엔

내려갔다가 눈이 내리는 바람에 골짜기에 갇혀버릴까봐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고야 말았다.

게서 살고 있는 울서방은 그 모든것을 즐기는듯 하지만

나는 애하나 떨궈놓은 것처럼

당췌 마음이 한갓지지 않으니 ....

 

방법이야

나도 다 정리하고 내려가 함께 살거나

울서방이 손들고 돌아오는 것인데,

아마도 두가지 다 실현 불가능일것이고

그저 포기하고 그러려니...해야 되는데

그놈의 그려려니는 멀찌감치 도망가서 나타나질 않으니

내 팔자야..ㅎㅎ

 

 

 

그래도 아직  숨이 붙어 있는건

지난 김장때 간택받지 못하고 버려진 배추와 갓이다.

어쩌면 저 갓은 보잘것 없어 보여도

아마 겨울을 잘 이기고 다음해 봄엔 이쁘게 자라

밭에 하나 가득 장다리꽃을 피워 올릴 것이다.

 

울서방도

지금은 추운곳에서 궁상스럽게 견디는 것같아도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뭔 가 홀로서기의 기본을 깨닫지 않을까...?

너무 많이 깨달아서 하산 할 일만 남는다면 그도 큰일이니

올겨울은 조금만 깨달음을 얻고

두고 두고 해탈의 경지에 들었음 좋겠다.

최소한 내가 합류할때까지...

 

'골짜기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천  (0) 2010.01.11
무청 시래기  (0) 2010.01.08
겨울나무  (0) 2009.12.09
옛날 풍경--추수  (0) 2009.11.18
첫 눈  (0) 200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