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이 필리핀 출장에서 돌아 왔다.
일주일 남짓...짧은 일정이었지만
그간 절간 같더니 비로소 사람사는 집처럼 생기가 돈다.
즈이 회사 콜센터가 그곳에 있는 관계로 장비도 설치하고
그쪽 현지사원 교육도 시키고 돌아왔다.
요즘이야 걸핏하면 여행이다 뭐다 하면서 남의 나라를 이웃집 드나들듯 하지만
그래도 아들녀석이 인사삼아
'엄마 필요한 거 없으세요?'하길래
'조선에 뭐 없는것 있다더냐 아~~무 것도 사오지 말아라' 했더니
진짜로 아무것도 안사왔네 그랴 ㅎㅎㅎ
그간 더러더러 어디고 갔다오면 하다 못해 즈이 아빠 술이라도 한병 혹은 간단한 화장품 한개라도 사오더니만,
뭐 그래서 서운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
그렇게까지 꼭 말 잘들을 필요는 없었는데...
저녁을 먹은 후 아들 녀석 작은 쇼핑백 하나를 들고 나오더니
선물 꾸러미를 꺼내어 조심 조심 포장지를 뜯어내더니
'나는 이 포장지만 갖을테니 내용물은 엄마 가져요' 하면서...아마도 별건 아닐꺼란다.
얘기인즉 현지 사원들이 교육시켜줘서 고맙다고 준 선물이라는데
겉포장지에 메세지를 빼꼭하게 써넣었으니 아들놈 그것만 정성으로 갖으면 그만이란다.
말그대로 내용물이라야
그들은 큰돈들여 샀음직한 스타벅스 머그컵과 시골 오일장에서도 보기힘들만한 손수건과
말린열대과일 몇봉지.
그러나 그 선물을 준비하며 고맙다는 내용의 글을 돌려가며 썼을 그네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구경하는 나까지 가슴이 따뜻해졌다.
내가 웃으며 '너 무슨짓을 했길래...?' 그랬더니
말도 제대로 안통하는 애들을 손짓, 발짓 다써가며 걔네들이 보기엔
아주 고급기술을 그야말로 돈도 안받고 가르쳐줬으니...한다.
평소의 녀석 기질로 보아 아마도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리라..
그게 그들에게도 전해졌겠지,
일정이 바쁜중에도 일요일 하루 시간내서 배를타러 갔다왔다는데
그게 뭐 재미 있었다던가..그쪽 풍광이 어떻다던가..하는 얘기는 쏙빼고.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배를 탔단다.
나무로 만든배를 우리나라 리프팅하는 곳같은 절벽위까지 사람을 태우고
밀고 올라가더란다.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타는데도 뭔가 꼭 죄짓는 거 같고
땀을 뻘뻘흘리며 있는힘을 다해 밀고 올라가는 사람을 보며 배안에 편히 앉아 있는게
바늘방석이더란다.
얘들은 왜 이러는거야..이게 무슨 짓인가..이래야만 하나..
온갖 생각이 들어서 다시는 그런배는 타고 싶지 않단다.
그말을 들으며
난 그래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가슴따뜻한 내아들이 참으로 고맙게만 느껴지니
고슴도치 엄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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